첫 투표 만에 과반수 득...증권-운용 표심 모두 훔쳐
부동산PF 위기, 금투세 개정 최우선...당국·유관기관 협력 당부
임기 내 금투업계 영향력 강화, 신성장 동력 확보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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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제6회 금융투자협회장이 당선 확정 후 회원사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서유석 제6회 금융투자협회장이 내년부터 금투업계를 대표하게 됐다. 증권-자산운용업계에서 두루 경험을 갖춘 점이 회원사들의 많은 공감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당장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증권사의 자금경색과 금융투자소득세 개정 등 현안 해결을 꼽았다. 주요 공약인 금투업계의 새 먹거리 확보와 자본시장 영향력 확대도 임기 내 어떤 형식으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임시총회를 통해 서유석 미래에셋자산운용 전 대표이사가 제6회 금투협회장으로 내정됐다. 역대 첫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 금투협회장이다. 따라서 이번 당선은 운용사 회원사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 증권사에 비해 협회 내 목소리가 작을 수밖에 없는 자산운용업계는 그간 꾸준히 협회 독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소외감이 뿌리 깊게 잡혀 있었다.
특히 서 회장은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사로부터도 상당한 호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투협회장 선거 투표권의 30%는 회원사 1곳당 1표지만, 나머지 70%는 회원사의 분담금에 따른 가중치가 반영된다. 즉 자산운용사, 선물사보다 규모·자금력이 큰 증권사의 입김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투표 결과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2인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1차 투표 만에 서 회장이 65.64%의 득표를 차지했다. 비록 자산운용 대표 출신이지만, 오랜 기간 ‘리딩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에서 사업 부문 대표 사장을 수차례 역임한 것이 증권 회원사들에 좋게 받아들여진 것으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이라는 프레임이 있었지만, 금투협은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선물회사가 공동으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같이 노력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그런 경험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꾸준히 어필한 결과 회원사들께서 응답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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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석 제6회 금융투자협회장이 당선 직후 출입 기자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
◇ "증권사 자금경색, 금투세 개정 최우선 해결 과제"
서 회장은 현재 금투업계의 주요 현안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증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자금경색 문제 및 금투세 개편을 강조했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지난 10월 레고랜드 사태를 시작으로 부동산 PF발 유동성 위기가 날로 심화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고 신용도가 낮아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는 중소형사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흑자도산설,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연말 사업 부문 정리 및 적극적 감원을 실시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유동성 위기 조기 해결을 위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함께, 정부 당국과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위기 상황에는 한국은행,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차입자 비공개 방식 무담보 단기차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제시했다.
서 회장은 "내년 부동산 발 자금경색이 금투업계 전반으로 전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으로 증권사에 문제가 생길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정부·유관기관과 소통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2년 유예가 결정된 금투세의 경우, 적격펀드 분배금에 대한 과세 개편이 절실하다고 봤다. 현행 금투세의 경우 사모펀드 투자수익에 양도세(22%) 대신 배당소득세를 적용키로 하는 내용을 포함했는데, 최고 세율이 49.5%까지 적용되는 등 ‘세금 폭탄’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세는 이외에도 대주주 인정 기준, 장기투자자에 대한 부담 가중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서 회장은 "2년 유예 기간 동안 금투세가 더 시장에 친밀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며 "전반적으로 업계와 협회와 당국이 같이 모여 금투세를 친밀하게 정비하는 대응팀을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이외 주요 공약으로 금투업계의 외연 확대(Scale up)를 강조했다. 대체거래소(ATS),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금산분리 완화 등 신규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것과, 증권사의 자금 공급 및 중개 기능 강화, 글로벌 확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 확대 및 비대면 강화로 자산관리서비스의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시대의 변화와 커다란 위기가 공존하고 있는 시점에서 새 협회장이 부임했는데, 그 책임이 막중하다고 본다"며 "사실 누가 되더라도 해결하기 쉬운 현안들이 아니지만, 잘 헤쳐 나가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을 거쳐 지난 199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겨 둥지를 틀었다. 2011년부터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2012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부문 대표를 역임했고,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선임돼 5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금투협회장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며, 2025년 12월 31일까지 3년이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