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부회장직, 박성호-이은형-강성묵 3인 체제 구축
'빅블러 시대' 계열사 유기적 협업 및 부문별 경쟁력 강화
출신 배제 능력 중심 인사기조...중장기 ESG 강화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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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말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에서 파벌은 없애고 오직 영업 경쟁력 강화 등 실리를 중시하는 기조를 펼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함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하나금융 내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자 ‘현장통’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임원인사를 끝으로 계열사 CEO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2023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굵직한 사전 작업들을 마무리지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번 인사는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전진 배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함 회장의 인사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직이 바로 부회장직이다. 당초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하나증권 최고경영자(CEO)마저 새로운 인물이 선임되면서 일부에서는 함 회장이 이른바 김정태 전 회장 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나증권 대표이사를 겸직하던 이은형 부회장과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경우 김정태 전 회장 재임 시절 발탁된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를 깨고 함 회장은 부회장직을 기존 이은형 부회장 1인 체제에서 박성호, 이은형, 강성묵 등 3인 체제로 확대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 부회장은 그룹 디지털 신영역 개척과 신성장 기회 발굴을, 이은형 부회장은 글로벌과 ESG, 브랜드부문을 총괄한다. 하나증권 대표이사로 내정된 강성묵 부회장은 개인금융, 자산관리, 기업투자금융(CIB) 등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업무들을 담당한다.
금융지주사의 사업 비중이 과거 은행 중심에서 현재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회장-부회장-계열사 CEO로 이어지는 탄탄한 인사구도를 구축해 각 사업별 경쟁력 강화에 올인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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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박성호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강성묵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
특히 최근에는 이종산업 간에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로 인해 각 계열사 간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금융지주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부회장직을 통해 의사결정 체계를 다변화할 경우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혹시 모를 리스크 요인들은 최소화하고,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도 효과적이다. 하나금융 측은 "오랜 기간 역량이 검증된 전문가(부회장) 중심의 책임경영을 통해 내년도 불확실한 금융환경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회장 특유의 탕평인사 기조는 하나금융 계열사 CEO 인사에도 반영됐다. 하나은행장에 외환은행 출신인 이승열 하나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발탁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나금융 역사상 외환은행 출신이 하나은행장에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환은행 출신 인물이 하나은행장에 발탁될 수 있었던 건 함 회장이 2015년 9월 통합 하나은행장으로 취임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이끌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 계열사에 대한 이해도와 그룹의 중장기 비전에 대한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인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하나금융 계열사 전반적으로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진 점도 눈길을 끈다. 함 회장은 각 계열사의 영업 조직 효율성 제고를 통해 오랜 기간 현장에서 몸 담은 ‘영업통’의 색깔을 짙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하나은행은 기존 영업그룹을 중앙영업그룹, 영남영업그룹, 호남영업그룹으로 분리 신설하고, 각 지역 영업그룹 내에는 영업본부를 신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출신, 성분, 성별과 관계없이 능력이 있다면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게 함 회장의 이번 인사 기조"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그룹 경쟁력 제고는 물론 ESG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