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조선 시너지"… 한화-HD현대, STX중공업 인수 2파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2.12.28 14:59

선박 엔진 기술에 눈독…인수 금액 1000억원대



그룹 '오너 3세' 김동관·정기선 인수전 지휘…첫 맞대결

STX중공업

▲STX중공업의 선박용 저속 디젤 엔진. 사진=STX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선박용 엔진 전문 업체 STX중공업 인수전에서 한화와 HD현대가 격돌한다. 양 그룹의 ‘오너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첫 맞대결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이달 중순 진행된 STX중공업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뒤 실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도 지난 15일 STX중공업 경영권 지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양 그룹의 인수 대상은 국내 사모펀드 파인트리파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47.81%다. 인수 금액은 1000억원대 초반대로 추정된다.

한화는 STX중공업 인수를 통해 선박부터 엔진까지 조선 부문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는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하며 조선업에 뛰어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선 6척 등 총 46척, 104억달러(약 13조원)를 수주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현대중공업, 한국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를 필두로 239억5000만달러(약 30조원)를 수주하며 업계 1위를 공고히 했다. 또 올해 3분기 매출 4조2644억원, 영업이익 1888억원을 거두며 4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양 그룹은 STX 중공업의 ‘선박용 저속 엔진 부문’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대형 선박의 경우 화석연료에서 LNG 추진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탈 탄소화’라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 차세대 친환경 엔진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조선 업계는 메탄올·암모니아·수소 등 신형 엔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TX중공업은 선박용 디젤엔진과 이중연료엔진(DF), 액화천연가스(LNG) 엔진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방산·건설기계 부문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STX중공업이 가지고 있는 함정용 소형 엔진 기술력이 군용 특수선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에게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그룹 내 방산 역량을 통합하며,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추고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까지 세우고 있다. HD현대에게는 방산 뿐만 아니라,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기계 엔진 기술력을 향상시킬 기회다.

이번 인수전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직접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절친’으로 나이도 한 살 차이에 불과하다. 그간 서로 사업 영역이 달라 부딪칠 일이 없었지만, 이번 STX중공업 인수를 두고 첫 맞대결을 갖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TX중공업이 가진 엔진 기술력을 흡수하면 상대적으로 엔진 기술력이 부족한 조선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이번 인수전을 시작으로 한화와 HD현대가 시장에서 자주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ls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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