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약바이오 결산]
연매출 2조 달성, 美FDA 승인 항암신약도 탄생
CEO 세대교체 바람…주가 하락·IPO 불발 시련도
![]() |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백신 연구를 하는 모습.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올 한 해 대내외 어려움을 뚫고 국산 코로나19 백신 출시, 첫 항암신약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역대급 바이오헬스 수출 같은 굵직한 성과들을 거뒀다.
반면에 글로벌 인플레·고금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기업공개(IPO) 무산 등으로 자금난 직면, 글로벌 임상 차질뿐 아니라 수천억원대 횡령사건까지 악재가 터지면서 ‘성장통’도 감수해야 했다.
◇ 매출 2조 시대 개막, ‘K-제약바이오’ 글로벌 위상 높여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9월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출하하면서 우리나라가 미국·영국에 이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보유한 세계 3대 국가로 등극하는데 기여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관·기업과의 협력은 지난 2월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의 ‘WHO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로 지정되는 데에도 영향을 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진단기기 분야를 제외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 처음으로 올해 ‘연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고 코로나 이후 연매출 3조원대를 달리고 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는 2조원을 투자해 미국 체외진단기업 ‘메리디안’을 인수했다.
GC녹십자,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등 전통 제약사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대급 매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고 이에 힘입어 우리나라 전체 바이오헬스부문 수출액은 처음 20조원을 돌파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난해(21조5000억원)에 맞먹는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약 개발도 활발해 올해 국산 신약 35호인 ‘스카이코비원’에 이어 36호인 대웅제약의 당뇨병 신약 ‘엔블로’도 탄생했다. 특히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항암 분야 신약이 미국 FDA 승인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제악업계의 경우 창업주 2·3세로의 세대교체와 신사업 확장도 올 한해 큰 흐름 중 하나였다. 지난 1월 사장직에 오른 창업주 3세 김정균 보령 대표는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사명을 ‘보령제약’에서 ‘보령’으로 바꾸고 우주 헬스케어 사업 ‘케어 인 스페이스(CI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올해 초 오너 2세 권기범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동국제약을 비롯해 일동제약, 한미약품, 대원제약 등도 2·3세 경영체제를 다졌다.
제약 분야 강점을 활용한 고급 반려동물 영양제 사업 진출도 활발해 광동제약은 지난 3월 대표 제품 ‘경옥고’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한 반려견 영양제 브랜드 ‘견옥고’를 론칭했고 대웅제약 계열사 대웅펫은 지난달 비타민 스테디샐러 ‘임팩타민’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반려동물 영양제 ‘임팩타민펫’ 시리즈를 선보였다.
코로나 엔데믹과 일상회복이 본격화됐지만 오미크론 등 변이종 유행으로 감기약 수급 불안과 보건당국의 감기약 생산 독려가 올해 내내 이어졌고, 이런 흐름 속에서 대원제약 등 주요 감기약 제조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역대급 매출을 달성한 것도 올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 경쟁력 강화 불구 대외 악조건으로 고전…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도
K-제약바이오의 위상 강화에도 외부 환경 요인에 따른 자금난과 경영의 어려움은 피하기 어려웠다.
지난 10월 각각 2년 5개월과 3년 5개월만에 주식거래가 재개된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은 새로운 대주주를 확보하고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등 지속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거래재개 첫날 급등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우리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도 1월 에이비엘바이오부터 12월 레고켐바이오까지 총 16건이 성사됐지만 총 계약금액은 약 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3조3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는 국내 기업의 신약개발 역량 등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글로벌 인플레와 고금리로 ‘성장주’인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크게 위축된 ‘글로벌 공통 현상’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와중에 올해 초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의 20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건은 제약바이오 분야에 신뢰와 투자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이밖에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세계 주요국이 제약바이오산업을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산업으로 여기게 되면서 중국 정부가 지난 5월 자국의 첫 바이오산업 중장기 육성계획인 ‘바이오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9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것도 우리 제약바이오업계가 주목한 글로벌 이슈였다.
이에 따라, 2023년 새해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더욱 치열해질 신약개발·의약품시장 선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인수합병(M&A) 생태계 조성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