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증권 -29% 하락, 고금리·약세장에 부동산 위기까지 '직격탄'
메리츠 홀로 상승...작년 톱3 한화·한양·다올, 올해는 꼴찌
"내년 실적 올해보단 나을수도...브로커리지, IB는 부진할 듯"
![]() |
▲여의도 증권가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해 증권사들의 주가가 평균 31%가량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내내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됐고, 국내 및 주요국 증시에도 한파가 불어닥치며 증권사들도 실적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 및 지난 10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큰 낙폭을 보였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유일하게 주가가 올라 눈길을 끌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폐장일이었던 전날 종가 기준 KRX 증권 지수는 지난 2021년 말 대비 226.73포인트(-28.97%) 하락한 555.64에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24.89%)보다 큰 낙폭이다. KRX 증권 지수는 증시에 상장된 증권업종의 주가 흐름을 반영하는 지수로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등 14개 종목이 지수에 포함된다.
올해 증권주의 부진은 연초부터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이를 잡기 위해 미국 등 주요국들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가라앉으며 약세장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먼저 증시 거래대금이 줄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등 리테일 수익이 줄었다.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던 투자금융(IB) 부문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종목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조 단위 ‘대어급’ 기업공개(IPO) 딜이 LG에너지솔루션 한 곳을 제외하고 상장을 철회·연기하거나 흥행에 실패했다. 기준금리를 따라 시장 금리도 올라가며 회사채 발행 시장도 얼어붙었다. 그나마 상반기 실적을 이끌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하반기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되고 레고랜드 사태로 신용 위기가 대두되며 더 이상 버팀목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 |
▲KRX 증권 지수 2022년 변동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
◇ 메리츠증권 홀로 상승...작년 톱3 한화·한양·다올, 올해는 꼴찌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22개 증권사의 주가는 올 한 해 동안 평균 31.09% 하락했다. 특히 메리츠증권(21.17%)을 제외한 21개 종목이 모두 하락했다. 메리츠증권은 대형사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리테일·WM 등 전통적인 증권사 사업 비중이 적고, 높은 신용등급에 기반한 우량 선순위 PF 딜로 실적을 선방했기 때문이다.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이기도 했다. 내년에는 메리츠금융지주에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인데, 이후 순이익 50%를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한다고 밝힌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에 힘입어 메리츠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증권사 중 시가총액 1위(3조8379억원)에 등극하기도 했다.
증권주 수익률 밑바닥을 차지한 것은 중소형사들이었다. 지난 연말에는 중소형사들이 수익률 상위권에 위치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리테일 및 주식발행시장(ECM)·부채발행시장(DCM) 부문 등에서 수익 비중이 낮은 중소형사 특성상 부동산 PF 비중이 높아, 익스포저에 따른 레고랜드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주가 상승률 1위·2위·3위에 오른 한화투자증권, 한양증권, 다올투자증권(당시 KTB투자증권)이 순위 그대로 올해 수익률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한화투자증권(-63.22%)은 PF 발 유동성 위기와 더불어 지난해 주가 상승을 견인했던 ‘디지털 투자’가 독으로 돌아온 모습이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이 600억원에 인수했던 두나무 지분 6.15%의 가치가 작년에만 1조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코인 시장 침체 여파로 가치가 대폭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3분기 말 기준 두나무 지분 5.97%를 보유하고 있으며, 당시 가치는 6514억원이다. 4분기 동안 코인 거래시장 침체가 더 깊어진 점을 감안하면 가치가 더 하락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락률 2위 한양증권(-47.71%)과 3위 다올투자증권(-46.05%)는 중소형사 중에서도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은 곳으로 알려져, 유동성 위기에 의한 타격이 더욱 심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때 업계 일각에서는 ‘흑자도산설’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이중 다올투자증권은 자회사 다올인베스트먼트를 매물로 내놓고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최근까지 현금확보에 집중했다.
이외에는 유안타증권(-40.42%), 이베스트투자증권(-39.98%), SK증권(-38.20%), DB금융투자(-37.69%), 교보증권(-37.16%), 유진투자증권(-34.91%), 상상인증권(-34.76%), 한국금융지주(-34.68%), 코리아에셋(-34.04%), 대신증권(-30.83%), 삼성증권(-29.96%), NH투자증권(-29.84%), 미래에셋증권(-29.71%), 현대차증권(-26.40%), 부국증권(-25.77%), 키움증권(-21.50%), 유화증권(-17.41%), 신영증권(-4.83%)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 |
▲22개 증권주 2022년 연간 주가 수익률, 왼쪽부터 내림차 순. 자료=한국거래소 |
◇ 내년 증권사 실적 올해보단 나을까..."브로커리지, IB는 부진할 듯"
내년에는 길었던 금리인상 기조가 상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 증시 회복세가 예상되면서 증권주도 힘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증권주의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해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의견도 나온다.
단 금리인하 시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며, 경기 둔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따라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은 내년에도 부진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며 IB 수익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트레이딩 부문의 선방으로 전체적인 실적은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권주는 장기적 관점에서 저가 매수가 유효한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판단돼, 긴 호흡에서 접근할 만한 수준"이라며 "올해 대비로는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초 우려됐던 흑자도산 가능성은 당국의 적극 개입 덕분에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관측된다. 설사 부동산 관련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익스포저 전체가 부실화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각 증권사가 위기설이 대두되자마자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자금 확보에 집중해 흑자도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