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 휴대폰 이렇게 위험했나...전쟁 땐 ‘미사일 좌표’, 러시아·우크라이나戰 대량폭살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04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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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을 향해 발포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기사내용과 무관). AF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우크라이나 미사일 사정거리 내에서 이뤄진 러시아 신병들 휴대전화 사용이 결국 대량 폭살로 이어졌다. 당장 러시아 내부에서는 기본적인 전술 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비극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로이터·AFP와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 등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4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세브류코프 중장 명의 성명에서 연대 부사령관 바추린 중령을 포함해 군인 총 8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 신병 임시 숙소를 타격한 데 따른 피해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에서 미사일이 발사됐고 이 가운데 2발을 격추, 나머지 4발이 임시숙소를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건물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망자는 앞서 러시아 측이 63명, 우크라이나 측이 최대 4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추가 사망자 집계를 내놓은 것이다.

세브류코프 중장은 "이 비극은 장병들이 휴대전화 금지 수칙을 어기고 상대방의 무기 사거리 안에서 전원을 켜고 대량으로 사용한 것이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적군이 우리 병사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타격 좌표를 설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과 같은 일이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책임을 져야 할 장본인들은 처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공습 직후 러시아 진영 일각에서 병사 휴대전화 허용과 관련한 비판이 뒤따르는 가운데 나온 언급이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도부 출신 파벨 구바레프는 "이런 실수는 전쟁 초기에 저지르던 것이다. 설령 신병들이 잘못된 것을 몰랐다 하더라도 당국은 알았어야 한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더 나빠지기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DPR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괴뢰정권을 말한다.

안드레이 메드베데프 모스크바 지역의회 부의장도 텔레그램에서 당국이 이번 사건에 지휘관이 아니라 일선 병사들 탓을 할 줄 알았다며 "병사를 한 곳에 몰아 놓은 것은 지휘관"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판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TV도 여전히 크렘린궁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국영방송들은 이번 공격에 대한 다수 추모 행사들을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책임 화살을 서방 쪽으로 돌리는 발언을 주로 보도하는 상황이다.

한편, 러시아군은 이번 공습 이후 도네츠크 드루주키우카 기차역 인근에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군 병력 최대 400명이 사망하고 하이마스 발사대 4대가 격파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전날 드루주키우카 일대가 공격을 받아 아이스하키장이 파괴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만 전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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