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액 낮음에도 한때 4조원 "고평가가 발목잡아"
"재무투자자 변경" 지적에 "스타트업 한계" 반론
고비용 구조 탈피, 신사업 강화로 향후 추진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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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뷰티 컬리’ 관련 이미지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마켓컬리의 ㈜컬리가 지난해 예비심사 통과 이후 미뤄오던 한국거래소 상장을 2월 전에 서두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최근 돌연 ‘상장 유보’ 계획을 발표하자 업계의 반응이 엇갈렸다.
경영적자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상장 카드를 밀어부칠 것이라고 예견했던 쪽은 실망감을 드러낸 반면, ‘상장’에 부정적 전망을 보였던 쪽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반응이었다.
이같은 컬리의 상장 여부에 상반된 입장을 보였던 양쪽도 의견일치를 보이는 부분은 컬리 상장 연기의 배경으로 지난해 증시 침체로 컬리가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반면에,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컬리의 지속된 투자 유치 전략이 컬리의 기업가치 과잉평가로 이어졌고, 시장환경 급변으로 상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는 FI(재무적 투자자)들의 손바뀜(주식 보유 투자자가 바뀌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컬리가 올해 상장 유보를 밝혀지만 내년 이후에라도 ‘IPO(기업공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한 전략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컬리도 지난 4일 코스피 상장 연기를 발표하면서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할 예정"이라며 상장 포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컬리의 상장 유보 결정은 증시 침체로 제대로 된 기업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앞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4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음에도 지난해 잇단 금리인상으로 투자시장이 혹한기에 접어들자 컬리의 기업가치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1조원대까지 크게 떨어졌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IPO 시장은 증시 침체 속 ‘산타랠리 효과’(주식시장에서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과 신년 초에 주가 상승 현상)를 누리지 못했고, 해가 바뀐 2023년도 증시 전망도 ‘침체 지속’으로 예상되면서 컬리가 상장 연기를 최종적으로 결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컬리의 기업가치는 지난 2021년 7월 2조5000억원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명단에 올랐다. 같은 해 12월 기업가치 4조원으로 평가받으며 2500억원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컬리의 기업가치가 거래액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컬리의 거래액(GMV)은 2020년 1조2000억원 남짓에서 2021년 2조원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으나, 동종업계 티몬과 위메프의 거래액(5조~6조원대)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투자 유치로 김슬아 컬리 대표의 보유지분(2021년 기준 5.7%)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 입장 차이도 조율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투자 들어온 시기에 따라서 셈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김슬아 대표가 이를 완벽하게 통제하면서 IPO전략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결국, 컬리가 ‘IPO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선 재무적 투자자(FI)를 바꿔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조언이다.
FI들이 보유지분을을 정리하면 컬리가 눈높이를 낮춰 상장하는 게 가능해지고, 신규 FI가 들어오면서 자금 회수를 위한 당장의 상장 압박도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투자유치와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스타트업 특성상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업계 한편에선 컬리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 가치를 올리고, 다시 상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액을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평가받은 현행 기업가치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상장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새벽배송과 신선식품 중심의 고비용 사업 구조도 탈피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켓컬리의 주력 사업과 핵심 취급 품목은 새벽배송과 신선식품으로, 비용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벽배송은 기본적으로 배송을 위한 인건비 비용이 크고, 신선식품은 폐기율이 높고 비식품 대비 객단가도 낮다. 이에 컬리가 빠른 시일 내 적자를 없애는 것은 어렵단 전망이 나온다.
새벽배송 서비스는 한때 수요가 폭발하며 기업들이 앞다퉈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최근엔 비용부담에 사업을 포기하거나 서비스 지역을 조정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실제로 새벽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던 롯데온과 헬로네이처, GS리테일 등은 아예 사업을 철수했고, SSG닷컴은 배송 권역을 전국에서 수도권으로 재편했다. 이에 컬리의 사업 지속가능성에 업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현재 컬리의 상장 재추진 시기는 미정이다. 컬리도 "아직 (상장)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증시가 하반기에 호전되더라도 컬리가 연내 상장을 재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컬리가 올해 고비용 사업구조 개편과 ‘뷰티 컬리’ 등 신사업 강화로 기업가치 끌어올리기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pr902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