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규모 2025년 71조원 급성장…당근마켓·무신사 대응
네이버 유럽 중고플랫폼 국내진출 보듯 '포시마크 상륙'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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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온라인 중고거래로 대표되는 ‘개인간 거래(C2C, Customer To Customer)시장’이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선 온라인플랫폼업계의 주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자원재활용 등 가치소비 열풍에 따른 중고거래 문화의 확산으로 지난 2021년 3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약 71조원까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C2C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9일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약 1조6700억원을 투입해 북미 최대 C2C 온라인플랫폼 ‘포시마크(Poshmark)’를 인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당초 예정보다 3개월 앞당긴 인수작업인데다, 취득금액도 지난해 10월 발표한 예상 인수가액(2조3400억원)보다 약 6770억원 줄어 네이버는 비용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업계는 네이버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단행한 이유로 포시마크의 인프라 역량을 활용해 북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경영전략을 꼽았다.
글로벌 커머스시장에서 ‘온라인거래 거대 공룡’ 아마존의 입지가 공고한 가운데 네이버가 틈새시장이자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포시마크 모델’을 주목하고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었다.
지난 2011년 창업한 포시마크는 커머스에 커뮤니티·소셜 기능을 합친 사업 모델을 장점으로 내세워 젊은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현재 8000만명 수준에 이르는 포시마크 전체 사용자 수의 80%를 20∼30대 MZ세대가 차지하고 있다.
네이버의 포시마크 인수로 국내 중고거래 C2C시장과 온라인 플랫폼기업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대표사례로 당근마켓이 비교선상에 오르고 있다. 중고물품 거래를 취급하는 ‘지역 커뮤니티’ 기반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서로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은 포시마크는 그동안 소비자 사이에서 이른바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렸다. 당근마켓은 현재 중고거래앱 기준 국내시장 점유율 93%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당근마켓은 판매자가 아닌 중고제품을 검색한 뒤 해당 카테고리 내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인 반면, 포시마크는 관심 있는 판매자를 구독하고 해당 사용자의 판매제품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히려 당근마켓이 지역 개념보다 좁은 특정 동네의 생활권을 의미하는 ‘하이퍼 로컬(Hyper Local)’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지역밀착 플랫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넥스트 도어’와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판매 영역이 넓은 당근마켓과 달리 포시마크는 패션에 전문화된 버티컬 플랫폼이라는 특성도 있어 국내의 패션 전문 버티컬 플랫폼 무신사 솔드아웃과 성격이 유사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C2C 시장에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국내는 당근마켓 등 스타트업 위주로 C2C 성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이같은 빈틈을 노려 네이버가 포시마크 인수로 우선 현지에 기반을 둔 북미시장에서 빠른 선점효과를 거두기 위해 강수(인수 완료)를 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업계는 네이버가 해외사업 확장으로 글로벌 C2C 생태계 조성에 먼저 주력하겠지만, 장차 포시마크의 국내 역진출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에 운영 중인 패션 리셀(Resell) 플랫폼 ‘크림(KREME)’이 해당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어, 사업 영역 중복에 따른 경영 효율성 제고 문제가 지적될 수 있겠지만, 글로벌 커뮤니티 역량을 보유한 포시마크의 국내 진출이 크림과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네이버가 투자한 유럽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도 국내에 상륙한 선례가 있어, 포시마크의 역진출은 국내외 중고거래사업의 일괄경영을 통한 네이버의 글로벌 C2C시장 석권을 앞당기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의 온라인 플랫폼 경쟁업체들도 수익성 제고와 글로벌 서비스 영역 확대 등 대응전략 마련에 힘쏟으며 ‘내수용 벗어나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근마켓은 ‘캐롯(KARROT)’이라는 브랜드로 미국·캐나다·일본 등 해외 4개국 총 440여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으며, 무신사 솔드아웃도 올해 들어 일반거래에 구매 수수료를 최대 1% 부과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과거 단편적인 유행에 그쳤던 중고거래가 갈수록 현대인의 소비양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그만큼 시장 규모도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C2C업계가 성장기회 포착과 동시에 생존전략 강화를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