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자금 경색...배터리 '글로벌 증설 경쟁' 속도 조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09 16:12

SK온, 튀르키예 합작법인 투자 철회 검토 중

LG엔솔 애리조나 공장 투자 보류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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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온 배터리 공장.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라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에 열을 올렸던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경기 침체라는 벽을 만났다. 공격적으로 조단위 투자를 이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불어난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9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미국 포드와 함께 추진해온 튀르키예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JV) 설립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SK온과 포드는 튀르키예 기업 코치와 3자 JV 형태로 앙카라 인근에 생산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르면 오는 2025년 가동에 돌입해 연간 최대 45기가와트시(GWh) 규모로 배터리를 생산할 방침이었다. 북미에서 블루오벌SK를 설립해 시장 공략에 나선 SK온과 포드가 또 다른 대규모 수요처인 유럽으로 영역을 넓히는 사례라 기대를 모았다.

세 회사는 이러한 내용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총투자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후 약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논의가 이어지면서 사실상 설립계획을 접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SK온 관계자는 "협상 중단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업계는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 경색이 심화하면서 SK온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SK온은 2025년까지 220GWh 이상 연간 생산 능력을 확보해 고객 수요에 대응할 계획으로 북미와 유럽 등에서 발 빠른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3분기 SK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11년부터 국내외 공장 투자를 위해 9조2614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SK온이 전망한 총소요 자금 23조281억원을 채우려면 여전히 13조7667억원이 넘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SK온은 성장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지난해 연말 한국투자PE 등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8000억원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을 수혈받아 당장 급한불은 껐지만, 투자를 지속하기에는 작은 규모다.

업계는 자금난으로 국내 배터리 기업 투자 시계가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앞서 지난해 6월 재검토에 돌입한 1조7000억원 규모 미국 애리조나주 원통형 배터리 단독공장 투자에 대한 최종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다양한 환경 변화를 고려해 지난해 연내 공장 건설 계획이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쉽사리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경쟁사와 달리 빠른 외연 확대보다는 ‘수익성 위주 질적 성장’ 전략을 펼쳐온 삼성SDI는 이러한 기조를 보다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5월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1조6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이후 생산거점 확대 대신 연구·개발(R&D)을 통한 차세대 제품 기술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생산 공장 건설에 수조원이 투입되다 보니 자금 경색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는 전처럼 동시다발적인 투자보다는 당장 수요처가 확실한 지역과 공장 위주로 자금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만 외형 성장이 주춤하는 대신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생산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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