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데이터센터 유치 파격 지원 필요…산업부·한전, 18일 종합계획 발표 예정
"강원·전남서 세액공제 확대, 전기요금 할인, 임대료 지원 등 인센티브 논의"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지역별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한 해법 모색이 한창이다. 대규모 원자력 발전 등 중앙집중식 발전소 운영의 효율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분산에너지로 각광받은 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대규모 송전망 구축에 한계가 속속 드러난데 따른 것이다.
이에 에너지경제신문은 에너지분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환동해 데이터센터 허브 구축’ 을 제언한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밑그림을 담은 장기 전력수급설계(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전력설비의 구축과 운영에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효율은 높이자는 취지다. 환동해 데이터센터 허브 구축은 우선 전력 생산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원거리 생산 전력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전력 수요의 분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나아가 최근 발전설비 증가로 발전소 가동률이 점차 떨어져 자원 낭비를 초래하는 동해안지역의 발전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관련 제언을 신년기획 시리즈로 마련, 매주 2회 총 5회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환동해 데이터센터 구축 시리즈 연재 순서>
△ 1회=전력 생산 지역 편중 심화
△ 2회=전력 소비, 수도권에 집중
△ 3회=갈수록 커지는 송전 장애
△ 4회=‘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
△ 5회="데이터센터 유치 파격 지원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은 이제 속도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필요성 논의 단계를 넘어 어떻게 하면 빨리 할 거냐가 과제라는 뜻이다.
발전 등 업계는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이 쉽지 않다는데 대체로 공감한다.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 대한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정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업계에선 세제 지원 혜택, 인·허가 절차 간소화, 전기요금 할인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통한 ‘당근’과 함께 수도권 설립 규제 강화를 비롯한 ‘채찍’도 동시에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전체 전력수요의 40%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중심의 데이터센터 확충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설치는 이미 포화상태나 다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 6년 내 완공을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 물량의 90%가 수도권 입지를 신청했다.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은 송전 비용 증가, 재난 대형화 등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장 올해부터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지역 분산이 시작돼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발전소 인근 지역의 적극적인 데이터센터 유치 방안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설립은 입지선정, 환경영향평가, 용지확보, 설비건설 등에 최소 3~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터센터 입지 부족과 전력수급 불안정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발전 설비를 갖추고도 돌리지 못하는 점이다.
이는 전력생산지와 소비지가 달라 발전량이 많은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낼 송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지적된다.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대안은 전력을 크게 소모하는 기업들, 특히 대용량 데이터센터들에 인센티브를 주어 생산지 인근으로 보내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오는 18일 데이터센터 지방분산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에너지 불균형 해소 및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100MW이상 대규모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을 꼽고 있다.
이번 종합계획에는 구체적으로 수도권 데이터센터 신설에 대한 규제 강화와 비수도권 이전 시 인센티브 제공을 비롯한 입지 선정 기준 등이 담길 예정이다.
현재 강원도나 전남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센티브는 전기요금 할인, 입지보조금, 시설용지 임대료 지원, 시설투자보조금(20억원 초과 투자액의 5% 범위), 건물임대 보조금(연간 임차료의 50%), 고용보조(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신규 상시고용인원 3명 이상에 1억∼5억원 지원) 등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경각심을 가지고 발전원은 있지만 송전망이 부족한 지역 위주로 신규 데이터센터 입지를 속도감 있게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의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 용량이 확보되면 한 동안은 대규모 센터 설립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이야 워낙 수요가 많지만 대략 2025년 이후에는 어느 정도 포화가 되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국가 차원에서도 수요를 조정하도록 하지 무한정 늘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장 송전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신규 대규모 데이터센터 입지를 발전원 인근으로 보내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한전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9월까지 637곳(41GW)이 신규로 운영 신청을 한 상태다. 6월 대비 3개월 만에 171곳이나 늘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데이터센터 신규 설립신청이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한전은 12월 말 기준 자료를 취합 중이며 300곳 이상이 추가로 신청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수도권 벗어나게 하려면 인센티브 만으로는 안돼, 규제도 과감히 적용해야"
데이터센터 신규 설립 신청의 입지로 86%가 여전히 수도권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산업부와 한전 모두 난감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신규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전기와 용수, 변전소, 부지 등 건립에 필요한 요건을 갖춘 곳은 동해안과 신재생이 활발한 전남지역 등이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7개소 85M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신규신청은 11개소 800MW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강원본부 관계자는 "한전 차원에서도 데이터센터 지방이전으로 송전망 문제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전력 소비 최적화 차원에서 대용양 전력 수요 고객의 지역적 분산이 필요하고 최적 입지를 강원도, 광주, 전남도 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지방 이전이 효과가 있으려면 발전소 바로 옆에 지어야 한다. 강릉, 삼척, 동해 발전소 인근이 가장 좋고, 춘천까지도 수도권보다는 송전선 건설 구간이 짧아지니 유리하다"며 "동해안 원전, 석탄화력 신규발전설비를 고려할 때 2~3GW 정도의 데이터센터는 입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아직까지 해당 지역으로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을 신청한 업체는 없다. 아무래도 기업들은 여전히 수도권을 선호하고 있다"며 "춘천에 기존 네이버와 일부 추가 클러스터가 조성 중에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입주 기업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들은 물론이고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직원들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정책적 수단 도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 한전 관계자는 "업체들을 면담해 보면 일단 대표적인 데이터센터 수요 기업인 통신 3사는 지방으로 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기업에 인력들이 지방으로 안 가겠다고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다. 단순히 인센티브만 줘서는 안 된다. 법적인 제재를 동시에 패키지로 묶어서 할 필요가 있다. 제재가 없으면 실제로 실효성이 별로 없다. 정부와 구체적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학계에서도 한전, 발전사와 송전 문제 해결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발전원 인근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체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를 대규모 발전소가 위치한 강원도 강릉, 동해, 삼척으로 이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교수는 이어 "특별법상에는 △수도권 데이터센터 설립 규제 강화 △전기사업법에 금지돼 있는 PPA(전력수요 기업과 재생에너지 사업자 간 전력구매계약) 허용 △이전 기업에 대한 10년 한시 전력산업기반기금 및 한전 시설부담금 부과 면제 등 과감한 지원대책과 전략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추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데이터센터는 근무 인원이 많지 않아 정주여건과 처우 문제만 해결되면 이전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해는 KTX도 연결된 만큼 인력 유치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등을 통해 전력사용량이 많은 데이터센터 등의 신규시설에 대한 수도권 신규구축을 제한하고 있다. 강원도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들은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을 통해 관련 산업 신규유치 등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아시아 각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은 데이터센터의 자국 내 설치를 통한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해, 정부-민간 합동으로 다양한 유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권성동(강원 강릉시)의원은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 지방이전에 대한 논의가 이제 시작단계다. 미, 중, 일과 같이 비용효율적인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개발,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자 유치, 데이터주권 극대화로 이어지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접근은 시작 단계에 있다"며 "수도권을 제외하고 최적의 위치로 제시되고 있는 동해안은 2024년에 6기가와트(GW)의 전기를 송전제약으로 보내지 못한다. 이 지역에 데이터센터 슈퍼 클라우드를 만들고 운영기지국과 해저광케이블을 연결해 국제적인 에너지 정보통신 특구를 만들 수 있다. 기존의 투자선도지구 지정제도상 취득세/재산세 감면, 인허가 패스트 트랙 적용을 넘어서는 국가 정보통신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원도 지역구 의원실 관계자도 "수도권은 변전소 및 송전망 미확보로 신규설립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현재 637개의 데이터 센터 신규수요는 41GW의 전력공급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지방으로 분산해 국토균형발전과 지역경제 기여, 인구분산, 전력수급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 진행중인 강원도 K Cloud Park (수열에너지를 이용한 대규모 친환경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프로젝트)와의 연계 및 동해안 발전단지를 이용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집적단지가 개발되면 새로운 동해 경제특구가 만들어지고 전력수요 분산의 부수효과도 가져오게 된다. 송전망 건설에 수조원을 투자하는 것보다 이 투자비용을 대규모 데이터 슈퍼클라우드로 조성한다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전망 건설에 필요한 투자를 투자규모가 작은 통신 기지국 건설과 광케이블을 연결해 주고 일부 금액을 인센티브로 제공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산업부에서 관련정책을 좀 더 완성도를 높여 주기를 기대한다"며 "더 나아가서는 전력수요자와 공급자의 직거래,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에 대한 논의도 진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