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유지 ‘승자독식’ 국회의원 선거제…‘중대선거구제’ 도입되면 문제 없나

윤수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15 10:02

정권마다 언급된 ‘중대선거구제’…실제 도입 여부 주목



중대선거제, 선거구획 크게 달라져…의석수 변화 없어



여야, 지도부 ‘시큰둥’…"거대 양당 체제 심화될 수도"



"중대선거구제 능사 아냐…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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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내년 4.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세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 폭탄이나 다름 없다.

‘정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여야 정당구조에 회오리를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권자로선 최근 정치권의 선거제도 혁신 움직임에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정치는 선거를 통해 권력이 만들어지고 그 권력을 바탕으로 구현된다.

그런 정치가 통합과 협력보다는 갈등과 대립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국민에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거대 양당이 독식하는 선거판을 바꾸고 다당체제에 가까운 국회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총선에 대비해 국회의원 선거제를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에 대한 논의가 국회 안팎에서 무성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지난 11일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한 개헌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본격 가동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도 정치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며 내년 시행될 총선 전에 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이달 초부터 확고하게 드러냈다.

소선거구제는 지난 36년 간 이어오던 지역구 의원 선거 방식이다. 소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가장 표를 많이 얻은 1명의 당선자가 의원으로 선출된다.

이와 달리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3∼4인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오랜 기간 유지돼온 소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으로 국회 의석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내년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려면 총선 1년 전인 오는 4월까지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 대한민국 국회 지역구 의원 선거제 변천사

구분선거제도
제1대 국회(1948년 5월 10일)대한민국  최초 총선거. 소선거구제, 국회의원 200명 선출
제5대 국회(1960년 7월 29일)양원제  시스템 도입. 민의원-소선거구제, 참의원-대선거구제
제6대 국회 (1963년 11월 26일)‘전국구’ 명칭으로 비례대표제 첫 도입
제9대 국회(1973년 2월 27일)중선거구제  도입, 선거구별 2명 의원 선출
제13대 국회(1988년 4월 26일)민주화  이후 첫 국회의원 선거.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 첫 도입
제17대 국회(2004년 4월 15일)인구  상하한 기준 선거구 통폐합. 국회 의원정수 비례대표 포함 299명
제19대 국회(2012년 4월 11일)국회의원  300인 시대 개막
제21대 국회(2020년 4월 13일)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자료=대한민국 국회 홈페이지)


◇ 정권 바뀔 때마다 언급된 ‘중대선거구제’…尹정부서 이뤄질까?

현행 소선거구제는 거대 양당 체제만 강화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소선거구제는 지역구 의원 입후보자들 가운데 가장 득표율이 높은 1등만 당선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승자 독식 주의와 지역구도 심화, 양당 체제 고착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당 후보자 공천 잡음과 낮은 비례성 등의 문제도 있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2인에서 5인 이상의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득표율이 2위 혹은 3위인 후보도 의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정당 지지도가 낮은 정당에서도 당선인이 나올 수 있고 정당 경쟁구도가 형성되며 다당제 구성이 수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소선거구제는 해방 이후 1948년 5월 10일 제헌 국회의원 선거부터 시작했다.

박정희 정부의 유신 체제 이후인 1973년 제9대 국회부터 1985년 제12대 국회까지는 중선거구제로 선거가 치러졌다. 지역구 한 곳에서 득표율 1·2위를 모두 국회의원으로 선출했다.

다시 소선거구제가 적용된 건 민주화 직후인 1988년 4월 26일 실시된 제13대 국회의원 선거다.

이 때 ‘1노 3김’(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은 국회의원 선거법을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3김 야당 지도자들은 각각 영남·호남·충청이라는 확고한 지역 기반을 갖췄다.

모두가 소선거구제로 바꿔야 총선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봐 의기투합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당제에 기반한 여소야대 국회가 형성된 배경에도 이 같은 지역주의 영향력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정치권에서는 소선거구제 재도입 이후 끊임 없이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지난 2003년·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지역구도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중대선거구제"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소선거구제가 지역주의 정치 갈등과 지역별 일당독점 체제 강화의 주요 원인으로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선거법 개정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인 2015년에도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반대 기조가 뚜렷했던 탓에 개편 작업은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농촌에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대도시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하는 ‘도농(도시·농촌)복합 선거구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윤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 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 특징

선거제도소선거구제중대선거구제
선출방식선거구마다  1인 선출선거구마다  2~10인 선출
선거구획정지역구(현행 253개)시도별  복수 권역 나눈 광역선거구
장점지역  대표성 보장, 선거 비용 절약사표  감소, 선거구 분할의 간편함
단점사표  다수 발생, 양당제 공고화민의  왜곡, 선거구 비대화로
인구 저밀도 지역 소외


◇ "중대선거구제 도입시, 서울 등 주요 선거구획 크게 달라져…의석수 변화 없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선거구획은 지금과 많이 달라지지만 의원수는 크게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대선거구제에선 선거구획이 많이 달라진다고 내다봤다. 지역구마다 선출하는 의원수가 달라지고 선거구를 획정할 때 인구 편차 기준까지 고려해야 해서다.

선거구를 획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국의 지역구 수가 결정돼야 된다. 지역구 수에 따라 전국 인구를 나눈 값이 나오고 그에 따라 선거구 경계가 바뀌기 때문이다.

선거구를 획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구수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를 정할 때 인구가 가장 많은 곳과 작은 곳의 편차가 2대 1을 넘을 수 없다. 즉 선거구획을 정할 때 인구 하한선 이상부터 상한선 이하로 지역구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거 기준으로 정해진 상한 인구수가 20만명이라고 가정할 때 지역 인구수가 24만명으로 상한선을 넘는다면 지역구를 둘로 나눠야 한다. 이 때 인구편차 2대 1 기준을 적용하면 하한 인구수는 10만명 정도가 된다. 선거구획을 세 지역구 이상으로 나눌 경우 한 지역구당 인구수가 8만명보다 적어져 하한선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이상 나눌 수 없다.

김형철 한국선거학회장(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선거구획이 굉장히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철 학회장은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서울 종로구에서 지역구 의원을 한 명만 뽑았지만 2인 선거구나 3인 선거구를 도입한다면 인접 지역에서 입후보자를 구한 뒤 지역구를 합쳐야 한다"며 "종로구와 중구가 합쳐지거나 종로구와 서대문구가 묶여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국 범위가 굉장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재에서 결정을 내린 선거구 인구편차 비율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구획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교수는 "예를 들어 지역구 의원 2명을 뽑는 곳과 4명을 뽑는 곳의 선거구 인구편차도 고려해야 한다"며 "헌재 판결 등 선거구획 결정에는 조건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는 물론 과거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됐을 때와 많이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서울 지역구를 제외한 국회 의석수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김 학회장은 "선거구를 중선거구로 구획하다 보면 서울의 경우 의원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며 "의원수가 늘지는 않고 현재 의석수가 유지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의석수를 늘릴 필요는 없다"며 "중대선거구제란 지금의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을 한 선거구당 2∼5 명 정도로 묶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석수를 늘릴 필요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 여야,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

국회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실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두고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거대 양당 입장에서는 의석수를 분산할 위험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여야 의원들도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최대 변수는 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영남과 호남의 지역구 의원들이다.

지역구도가 심화된 우리나라에서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100% 확실하다는 인식이 오래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이해 당사자들로선 선거구제 개편에 따른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역구가 도시와 농촌 지역구 의원 간에도 입장이 엇갈린다.

오히려 양당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대선거구제 특성상 현실적으로 정치신인이 지역구 의원에 당선되기는 어려워서다.

여야 지도부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마친 뒤 "워낙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달라서 의견 모으기가 대단히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향후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 취지에 공감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진행된 첫 기자간담회에서 "지역주의를 완화하자는 뜻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중대선거구제만이 유일한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같은 다른 방안이 많이 있으니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등 군소정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시 오히려 양당 담합구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개특위 위원을 맡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중대선거구제가 ‘영남의 민주당’ 또 ‘호남의 국민의힘’을 살리는 데는 일부 기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양당 담합구조로 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 "선거제도 개편, 중대선거구제 능사 아냐…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필요"

지역구 의원 선거제도를 바꾸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다양한 입장과 분석이 나오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자는 절충안도 제시되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구 국회의원 253석, 비례대표 의석 47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비례대표 의석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지역구 220석, 비례대표 110석 형태의 2대 1 비율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을 대표발의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늘리고 이 중 120명을 비례대표 의석수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전문가들 역시 중대선거구제보다는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도 기본적으로 다수결제이기 때문에 군소정당보다는 거대 정당들이 ‘나눠 먹기’를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식 비례대표와 일반적인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등 국민들이 뽑은 득표율만큼 표를 가져가는 형식의 선거제도를 적용하는 게 한국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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