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유제품 제재까지 앞둔 국제사회...'디젤 대란' 우려 커지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1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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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PA/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러시아산 디젤(경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임박하면서 시장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위해 유럽연합(EU)은 2월 5일부터 러시아로부터 디젤을 포함한 항공연료 등 정제 유류제품 수입을 중단할 예정이다. 같은 날, 주요 7개국(G7)은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산 정제제품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디젤 대란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글로벌 디젤 시장이 전례 없는 수준의 제재를 받는 데까지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와 비슷한 조치들은 이미 시행중이지만 업계에서는 특히 디젤에 대한 가격상한과 금수조치를 두고 가격 급등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EU와 G7, 호주 등 27개국은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을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제한했다. EU는 천연가스값 급등을 막기 위해 다음 달 15일부터 1년간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상한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 범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유럽이 대체 연료를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 유럽이 수입하는 디젤 중 절반가량이 러시아산인 만큼 새로운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은 지난 1년 동안 하루 2억 2000만 배럴에 달하는 디젤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는데 당장 다음달부터 하루 60만 배럴의 디젤을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해야 한다.

당장 거론되는 대안으로는 미국, 인도, 중국, 중동 산유국 등에서 디젤 수입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특히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격이 급락한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수입한 나라로 꼽힌다.

최근엔 중국에서도 디젤 수출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중국의 디젤 수출은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정제제품에 대한 중국의 올해 수출 쿼터는 작년에 비해 50% 가까이 상향됐다. 이를 통해 유럽이 수입을 중단하기로 한 러시아산 디젤 등이 상쇄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엔 글로벌 디젤 판로를 송두리째 뒤바꾸며 이 과정에서 가격 급등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 등을 통한 ‘우회 수입’이라 해도 물류 차원에서 러시아 직수업보단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오일리틱스의 케샤브 로히야 창업자는 "러시아산 디젤 손실이 크며 이를 대체하는 것은 엄청난 물류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또 "중국은 연료수출을 통한 수익보단 환경을 우선시하는 방향을 택한 적도 있었다"며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 디젤 공급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들은 2월 5일부터 시행되는 금수조치로 유럽으로 향하는 물량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가뜩이나 빠듯한 디젤 시장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 금수조치와 가격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러시아의 디젤 생산 및 수출이 급감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유럽을 제외한 러시아산 디젤 수입국은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이 있지만 이들의 수입 물량이 유럽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산 정제 유류제품의 경우 원유와 달리 새로운 판로를 찾기가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에스팩츠의 암리타 센 분석가는 "러시아는 유럽을 제외한 다른 곳에 수출하는데 고전하고 있어 이번 유럽의 금수조치는 까다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디젤 수출 규모는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다른 컨설팅업체 FGE는 당장 2월과 3월 러시아의 원유 정제량이 작년 동기대비 하루 51만 배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결국엔 글로벌 디젤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FGE의 유진 린델 정제제품 총괄은 "시장은 결국엔 해답을 찾을 것"이라면서도 "얼마나 큰 고통이 초래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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