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비사업 건설현장, 공사비 증액 갈등 곳곳 뇌관
원자재·인건비 수직상승, 피할 수 없는 공사비 증가
조합-시공사-분양자-입주예정자 피해전가 ‘폭탄 돌리기’
민사계약이라 제도개선 모호…서로 조금씩 양보가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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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 방배동 신성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재건축 공사현장이 공사비 증액 갈등 문제로 공사가 중단됐다. 평일임에도 현장에는 인력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진=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도시정비사업) 곳곳에서 시공사와 조합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금리인상과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놓고 이견이 벌어져서다.
시공사와 조합간 협상이 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선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다. 이는 곧 입주를 기다리는 입주민의 피해로 전가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성빌라 주택 재건축조합(방배센트레빌프리제/90가구)과 공사비 증액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다가 공사비 증액 없이는 공사를 할 수 없다고 중단했다. 현재는 원만한 협상 중이며 곧 해결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사비 증액으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겪는 현장이 서울에 또 있다. 서초구 반포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2999가구)에서다. 삼성물산은 특화 설계에 따른 공사비 1560억원 증액을 조합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공기 2개월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이 외에도 GS건설의 신반포메이플자이, GS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마포자이힐스테이트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초구 ‘신반포메이플자이’ 시공사인 GS건설도 4700억원 상당 공사비 증액을 두고 3개월째 협상 중이다. GS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하는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 역시 지난해 6월부터 반년 넘게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재건축 사업장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주요 단지(자료=정비업계) | |||
단지명 | 위치 | 현황 | 가구수 |
방배 센트레빌 프리제 | 서초구 방배동 | 공사 중단, 협상 진행 중(2023년 하반기 준공예정) | 90 |
래미안 원베일리 | 서초구 반포동 | 통장 입출금 중단 및 2개월 연장 공문(2023년 8월) | 2990 |
신반포메이플자이 | 서초구 잠원동 | 3개월 째 공사비 협상 중(2024년 12월 준공예정) | 3307 |
마포자이힐스테이트 | 마포구 공덕동 | 2022년 6월부터 착공 지연(2025년 예정) | 1101 |
공사비 증액 갈등에 의한 공사 중단은 조합원이나 시공사, 분양을 하지 않은 단지에서는 예비분양자, 분양을 마친 단지에선 입주예정자 중 누군가는 피해를 봐야 하는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
먼저 원자재 가격 및 물가 상승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지만 공사비용을 보전받지 못하고 공사를 진행할 경우 시공사가 적자공사로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만약 공사비를 증액할 경우에는 조합이 피해를 본다. 특히 분양이 이미 끝난 상태에서는 조합원이 분담해야 할 분담금이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분양을 아직 하지 않은 단지에선 공사비가 증액된다면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추후 미분양 사태로 번질 우려가 있다. 혹여나 공사비 증액을 두고 협상이 결렬되면 공사가 중단될 수 있는데 이 때는 이사 일정을 모두 맞춰놓은 입주예정자들이 피해를 떠안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본래 계약을 했으면 계약한 대로 가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으면 건설현장이 멈추기 마련인데 대형건설사들은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식’ 공사를 하게 된다"며 "이같은 상황들은 누구의 잘못이기 보단 결국 누가 더 책임이 떠안게 되느냐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사비 증액 범위는 통상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나 건설공사비지수를 기준으로 정해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재료, 노무, 장비 등)는 148.7로 같은 해 2월 142.4 대비 6.3포인트(p)나 올랐다.
여기에서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사업시행계획인가 전에 시공사를 선정했고, 공사비 증액 비율이 10%를 넘으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 또한 공사비 증액 조정안이 나오면 조합 측은 총회를 열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상황에서 비대위 등 출현으로 입장이 또 갈리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사비 증액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선 늘 흔한 고민거리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합과 시공사간의 공사비 증액 갈등 문제는 민사상 계약이라 서로가 원만한 합의를 보는 것이 최우선적이다"며 "인건비가 늘어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표준계약서에 영향을 주는 후행지표인 소비자물가상승분 적용과 현 건설공사비지수의 괴리가 큰 데 이에 대한 현실적인 공사비 상승에 관한 제도개선을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