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톺아보기] '박재범 소주' 원소주, 반짝인기? 롱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24 17:00

프리미엄 소주 가격 최대 10배에도 오픈런·리셀 흥행



인기 힘입어 보급형 '원소주 스피릿'도 400만병 돌파



MZ세대 공략, 스타마케팅, 강원청정쌀 사용 등 주효



전통주 온라인판매에 형평성 논란…주류법 개정 제기

원소주

▲지난해 2월 출시된 원소주 오리지날. 사진=원스피릿츠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초록색 소주병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검은색 술병이 있다. 인기랩퍼 박재범이 설립한 농업법인 ‘원스피리츠’의 증류식 소주 ‘원소주’가 그 주인공이다.

원소주는 100% 국내산 쌀을 활용하고 첨가물을 넣지 않은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다. 도수별로 원소주 오리지날(22도)과 원소주 스피릿(24도), 원소주 클래식(28도) 총 3가지로 구성됐다.

지난해 2월 ‘원소주 오리지날’이 출시되자마자 팝업 스토어에서 제품 구매를 위한 오픈런 대란이 벌어지는가 하면, 품귀 현상에 따라 비싼 값에 재거래 되는 등 ‘원소주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세에 힘입어 최근에는 원소주 오리지날의 보급형 제품인 ‘원소주 스피릿’으로 연속 홈런을 날렸다. 실제로 단독 오프라인 판매처인 편의점 GS25에서 선보이는 ‘원소주 스피릿’ 누적 판매량은 지난 15일 기준 판매 시작 6개월여 만에 400만병을 돌파했다.

주류와 유통업계는 원소주 열풍이 다소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차별화된 주류 제품을 구매해 만족감을 얻는 MZ세대 소비 특성에 먹혀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원소주 가격대는 한 병 당 종류별로 각각 오리지날 1만4900원, 스피릿 1만2900원, 클래식 2만1900원이다. 통상 한 병에 2000원 수준인 일반 희석식 소주와 비교하면 최대 10배 비싸다. 고가 술인 만큼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지지만 코로나 이후 혼술·홈술 트렌드가 확산되자 프리미엄 주류로서 구매 가치가 오른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증류식 소주’로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점도 원소주의 인기요인으로 꼽힌다. 주정에 물을 넣어 감미료로 맛을 내는 희석식 소주와 달리 원소주는 전통주에 주로 사용되는 감압증류 방식으로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을 극대화했다. 또, 상압증류 방식으로 풍부한 향과 깊은 맛을 내는 점이 특징이다.

주 재료로 강원 지역 청정쌀인 ‘토토미’만을 고집하는 점도 전통주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회사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원소주는 원주 농협과 업무 협약을 통해 토토미 가운데 삼광벼를 전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양조할 때 빛을 발하는 품종으로 평야에서 자란 일반 쌀보다 술을 만들 때 더욱 맛이 좋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원스피리츠 관계자는 "향후 원소주 수출을 시작하면 토토미 전 생산량을 원소주 생산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토토미 외에도 인근 지역 쌀까지 소비 판로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출 준비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범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1층 원소주 팝업스토어에서 박재범 원스피리츠 대표가 제품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사진=원스피리츠


이른바 ‘박재범 소주’로 알려진 원소주의 흥행은 스타 마케팅 효과와 맞닿아 있다. 박재범 대표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활발한 사업 전개로 꾸준히 소비자 관심을 얻으면서 ‘롱런’ 조짐도 보여 향배가 주목된다.

물론 주류 애호가로 유명한 연예인이 주류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편의점CU가 배우 김보성과 증류식 소주 ‘의리남’을 내놓았으며, 가수 임창정 역시 충북 청주 소재 전통주 제조사와 ‘소주 한 잔’이라는 증류식 소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원소주와 의리남 소주는 전통주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현행법상 농민이나 농업회사가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양조장에서 만든 술은 ‘지역특산주’로 구분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소주는 제품을 생산하는 원스피리츠가 강원 원주에 설립된 농업법인인 점에서 지역특산주 요건을 갖추게 됐다.

온라인 판매에 대한 소비자 호응도 높다. 현재 자체 온라인몰인 ‘원소주몰’에서 판매하는 오리지날은 매일 2000병 전량 소진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첫 입점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도 입점 첫날 5만 병 모두 소진됐으며, 그 해 말까지 약 30만병 판매고를 올렸다. 고객 접점 확대를 통한 성장세 유지를 위해 향후 원스피리츠는 온오프라인 입점처를 넓히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업계는 박 대표처럼 인지도를 갖춘 연예인 유입으로 전통주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한편, 원소주 외에도 와인·진 등 외국 주종들이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면 지역특산주로 인정받는 점에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우리술로 대표되는 막걸리는 수입산 쌀을 사용하거나, 일부 주류제조사가 만든 경우 전통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원스피리츠 관계자는 "전통주 수혜 논란보다 오히려 100% 국내산 원재료로 술을 빚는 전통주, 지역특산주 양조장들의 국내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면서 "일부 논란을 제기한 업체를 제외하면 모든 업체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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