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고민거리···‘지배구조 개편’ 속도 내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24 09:15

삼성 2기 준법위 논의 본격화할 듯...'삼성생명법' 변수



현대차 ‘순환출자 고리’ 해소 핵심...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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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공통 관심사’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준법경영 차원의 구조조정이라는 두 가지 명분이 걸려있어 셈법이 꽤 복잡하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기는 최근 경영회의를 열고 새해 운영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회의에서는 내부거래 검토, 준법의무 위반 신고 내역 확인 등 정례적인 사항을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핵심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고 알려졌다.

이 회장과 총수 일가는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등 주력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1.63%만 들고 있다. 대신 이 회사 주식을 다수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지분율이 높다.

문제는 국회에서 소위 ‘삼성생명법’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규제하고 있다. 개정안은 ‘3%’의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니라 시장가격으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다. 통과되면 이 회장 입장에서는 삼성생명을 통해 발휘하던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작아질 수 있다.

재계에서는 준법위 2기가 출범 1주년을 넘겨 성과를 보여줄 때가 됐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이 승진을 통해 확실한 1인자 자리에 올라선 만큼 지분 지형도도 완성할 시점이 됐다는 평가다. 이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 삼성물산 합병 등 각종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 등은 변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인적분할, 삼성물산 분할 후 사업·금융 지주회사 설립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양도세만 1조원 넘게 내는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안을 선보였지만 시장 반대로 시도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는 현대모비스가 자회사를 분할·설립하는 등 새로운 개편 방법을 찾기 위해 차근차근 움직이고 있다.

정 회장 입장에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 자신의 지분율까지 높여야 하는 ‘고차방정식’이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기업이 현대글로비스(20%), 현대엔지니어링(11.7%), 현대오토에버(7.33%) 등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아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대기업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게 핵심 고리다. 정 회장은 핵심 회사인 현대차 지분을 2.62%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지배하는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 뿐이다.

증권가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방법 등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분할을 시작으로 일종의 ‘지배회사 체제’를 만들려고 했다.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내고 총수 일가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현대모비스가 핵심 계열사 지분을 사겠다는 것이다. 캐피탈 금융 계열사의 역할이 워낙 커 지주회사 설립은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모두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더는 미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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