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 오아시스 코스닥 입성...예상 기업가치 1조 상회
컬리,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등 조단위 IPO 상장 연기
오아시스 상장 의지 굳건...증권업계 "공모가 밴드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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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사.(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식품류 새벽 배송 전문업체 오아시스의 상장 일정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오아시스가 국내 ‘1호’ 이커머스 기업공개(IPO), 또는 올해 첫 조 단위 몸값의 상장사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달 컬리를 비롯한 다른 대어급 상장사들이 수요예측 흥행 부진을 경계하며 상장 일정을 연기, 철회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제시한 공모가 밴드가 적절한 수준이고, 최근 증시가 회복세를 보여 상장 절차 완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아시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지난 2018년 온라인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한 이커머스 업체다. 유기농 식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수도권 한정으로 당일 주문 시 다음 날 새벽 배송되는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컬리, 쿠팡 로켓프레시 등이 경쟁사로 꼽힌다. 작년 3분기 기준 3118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코스닥 시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총 523만6000주을 공모하며 공모 예정가는 3만500원~3만9500원, 공모 규모는 1597억~2068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예상 시가총액은 1조~1조2535억원이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일정은 오는 2월 7~8일이며, 같은 달 14~15일에 개인 투자자 대상 일반청약 절차가 실시될 예정이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이번 오아시스 상장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다른 대어급 상장사들이 상장 일정을 연기하거나 철회해 오아시스가 올해 첫 조 단위 IPO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본래 가장 먼저 상장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컬리는 계획을 철회했으며, 골프존카운티와 케이뱅크는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상반기 내 상장이 어려워졌다. 여전히 계속되는 고금리 상황에 따른 수요예측 흥행 부진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요예측 결과 낮은 공모가가 책정돼 상장이 진행될 경우, 그만큼 시가총액 규모가 작아지고 투자받을 수 있는 금액도 줄어든다.
오아시스 측에서는 침체된 공모 시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장 절차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무난히 증시 입성에 성공한다면 올해 첫 대어급 상장사는 물론, 경쟁사 컬리를 제치고 국내 ‘1호’ 이커머스 상장사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이 경우 마케팅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이번 상장 절차를 완주하고자 하는 의지가 크다"며 "상장을 통해 들어올 자금은 물류센터 고도화 및 확장에 투자할 것이며, 인수합병(M&A)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오아시스의 증시 입성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많은 상장예정기업들이 제시한 공모가 밴드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번에 오아시스에서 제시한 공모 예정가는 적정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기관 수요예측 후 기대에 못 미친 공모가를 받아 들고 상장을 포기하는 대어급들이 다수 나온 바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공모가 밴드를 시장이 받아들일 것인지가 IPO의 주요 관건"이라며 "수요예측이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오아시스에서 제시한 공모가가 크게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며 투심이 살아나기 시작한 점도 긍정적이다. 조만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돌고 있고,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전월 대비 소폭 오르는 등 경제지표도 호조다. 최근 발표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도 예상치를 상회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최악은 벗어났다는 분위기다.
국내 코스피 지수도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계속되며 이달만 8.59% 올랐는데, 이는 작년 최고 월간 상승치를 기록했던 11월(7.80%)보다 높은 수치다. 비상장 주식이 거래되는 장외 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아시스의 주식 시세는 27500원으로, 최근 한 달간 27.90% 상승해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엿보인다.
단 현시점에서 오아시스의 수요예측 흥행을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박 연구원은 "아직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고 연내 금리 인하가 확정된 것도 아니다"라며 "현재 매크로 환경이 IPO 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분석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