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단체 대표 릴레이 인터뷰] ④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편리함 누려 위기 왔다면 이제 불편해도 습관 바꿔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1.29 10:43

"MZ세대 등과 함께 글로벌 NGO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



"글로벌 구석구석 취약지역 찾아 지원 저탄소사회 실현할 것"



"관료사회서 할 수 없는 일 하는 민간 전문가 그룹 육성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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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기후변화가 이제 우리에게 재앙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재앙의 신호들이 기상이변, 생태계 파괴 등의 형태로 우리 주변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돼 있다. 누구든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구의 종말 같은 먼 미래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지금도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는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일원으로 활동하기 어렵게 됐다. 전쟁 터나 다름 없는 경제현장을 누비는 기업도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모두가 비상한 관심과 노력으로 힘을 모아 대응하지 않으면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기후위기 대응 더 늦으면 내일이 없다’를 신년 화두로 제시하고 국내 주요 기후환경단체 대표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 지혜와 해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이제 국민들도 이상 기상 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 누렸던 편했던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편리함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를 실천하고 행동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유영숙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지난 1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건 아는데 이걸 막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에 대한 실천이 늦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기후변화센터는 지난 2008년 설립된 기후변화 대응 비정부 민간전문기구다. 민간·정부·산업·학계를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여러 국가들의 정책을 공론화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젊은 세대부터 오피니언 리더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기후변화 대응 교육 활동, 그린 리더십 구축, 정책연구 등을 진행한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자 개발도상국가와 협력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의 이사장은 그간 창립 이사장인 고건 전 국무총리, 이장무 전 서울대 총장, 한덕수 국무총리,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 저명 인사들이 맡았다.

생명과학 연구 전문가인 유영숙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2019년 기후변화센터 제5대 이사장을 맡아 현재 연임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고건 전 총리의 추천으로 기후변화센터에 발을 들였다. 유 이사장은 평생 연구해왔던 전공 지식과 환경부 장관 시절의 경험을 바탕 삼아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전사로 나섰다.

그는 기후변화센터에서 미래세대의 핵심 아젠더인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 능력 있는 젊은이들과 함께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앞으로 정부나 언론이 챙기지 못하는 글로벌 구석구석 기후변화 취약지역을 찾아 지원하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특히 기후환경 관련 관료사회에서 들여다 보기 힘든 곳까지 구석구석 찾아내 일을 하는 민간 전문가 그룹 육성에 대한 의지도 다졌다.


다음은 유영숙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NGO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

- 새해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 2023년 계묘년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많다. 우선 기후 환경분야에서는 무언가 새로운 기준들이 확립되는 해라고 여겨진다. 우선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린다. 이번 주제는 이전 각국에서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얼마나 이행했는지 서로 숙제를 검사하는 장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잘 준비해야 하는 해라고 생각한다. 또 올해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최종본이 발표될 예정이다. 기업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화두다. 올해 4월쯤 ESG와 관련해 ‘회계 등에 어떻게 공시할 것인가’에 대한 글로벌 기준이 마련될 것 같다.



- 기후변화센터는 지난 2008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15년을 맞는 국내 첫 기후변화 대응 비영리 민간단체다. 다른 기후 관련 단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 기후변화센터는 함께 일하는 사람이 젊고 글로벌 사업을 하는 곳이다. 또 정책연구를 많이 한다. 기후변화나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제고도 활발하다. 우리는 미래세대부터 오피니언 리더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그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전세계 기후·환경 정책 동향이나 이슈 등에 대해 다룬다.

초반에는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리더십 아카데미’를 진행하면서 인식제고에 나섰다. 최근에는 젊은세대에 집중하고 있다. MZ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직접 체험하는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젊은이들이 세상을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게 많다는 점에서 다른 곳과 차별화할 수 있다. 기후변화센터의 목표는 글로벌 비정부기구(NGO)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다. 국제적 협력이나 해외 사업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환경부 장관으로 있을 때부터 느껴왔던 점이 있다. 국내외 많은 환경단체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다. 환경에 대한 철학과 소신으로 사회 구석구석을 찾아 발로 뛰어 다닌다. 그들이 하지 않으면 정부나 언론도 챙길 수 없다. 이런 환경단체들이 활동 무대를 글로벌로 뻗어나가기 위해 시야를 넓힌다면 우리나라 위상도 올라가고 크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센터는 이런 우리의 철학과 활동의 맥락을 같이 하는 단체다.



- 국내외를 불문하고 기후변화센터의 역할이 큰 것 같다.

▲ 기후변화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글로벌 이슈로 접근해 각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 특히 비영리 단체로서 직접 탄소배출권 사업에 뛰어 들어 실질적인 탄소감축과 글로벌 대응 활동을 하고 있다. 전세계 기후·환경분야 기준이 지금은 파리기후협약 체제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이전까지는 교토의정서를 기반으로 한 체제였는데 이 때 청정개발사업이 이뤄졌었다. 기후변화센터도 관련 사업을 펼쳤다. 대표적인 게 미얀마 쿡스토브 보급 사업이다. 고효율 쿡스토브 보급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벌여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보건안전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 또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사업에 참여해 필리핀에서 자연기반 해법의 물 관리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자발적 탄소시장 플랫폼인 ‘아오라’(AORA)를 운영해 자발적 탄소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아오라는 블록체인 기술 등을 바탕으로 자발적 탄소 감축 실적(크레딧) 거래 지원 및 감축 프로젝트 검·인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는 특히 기업이 해외에서 펼치는 자발적 탄소감축 활동 크레딧 거래를 지원하고 글로벌 인증 마크를 도입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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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MZ세대부터 오피니언 리더까지·국내부터 해외까지 ‘그린 네트워크’ 추진

-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소통플랫폼 ‘클리마투스 컬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클리마투스 컬리지 활동은 포럼·토크콘서트 개최, 환경 무가지 ‘CC매거진’ 발간, 대학생 서포터즈 ‘유세이버스’ 등이다. 지난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센터의 서포터즈이자 환경활동가인 ‘유세이버스’는 ‘You Save the Earth. You Save Us’라는 슬로건 아래 15기까지 운영돼 왔다. 유세이버스 활동가들은 기후변화를 고민하는 청년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기후행동팀이나 기후커뮤니케이션팀 등으로 나뉘어 주제별로 시민인식제고 활동과 캠페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CC매거진’은 지난 2019년부터 무가지 형태로 제작되고 있다. 지금까지 25호를 발간하고 전국 150곳에 배포했다. 지금까지 2030세대 뿐 아니라 알파세대를 위해 환경교육자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 그린리더십 프로그램도 센터의 대표 활동이다.

▲ 기후변화센터의 그린리더십 프로그램은 국내 최초 기후변화 전문 최고위 과정이다. 기후변화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해 각 계 리더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지혜를 나누고 논의하는 장이다. 또 원우들과 함께 성공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리더들과의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시작하는 22기 과정 내용은 지난해 진행됐던 COP27 주제처럼 탄소중립 이행과 전략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 기후변화 대응 및 인식 제고에 노력한 개인과 기관을 격려하고 표창하기 위해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어워드’도 운영하고 있다. 성과는 어떠한가.

▲ ‘기후변화 그랜드리더스어워드’는 국내 기후변화 대응 및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한 기업과 기관, 지자체, 개인과 청년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지난 2011년 마련됐다. 지난해 창립 14주년을 맞아 제12회 그랜드리더스어워드를 시상했다. 지금까지 기업 25개, 기관 17개, 지방자치단체 14곳, 학계 및 개인 18명 등이 수상했다. 지난 2020년부터 청년 부분을 새롭게 제정해서 지금까지 총 3곳의 청년 단체들이 상을 받기도 했다. ‘그랜드리더스어워드’ 경쟁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이 시상식이 우리 사회 기후변화 대응에 힘을 싣고 독려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 센터의 사업 중엔 정책 공론화도 있다. 정책 공론화의 그간 성과와 함께 향후 추진계획을 알려달라.

▲ 사실 정책 토론회를 엄청 많이 진행한다. 전문가와 해당 정부기구 등 조직을 모아서 토론하고 설문조사 방식의 인식 조사도 한다. 국제 관련 이슈를 많이 다루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흐름 속에 기후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잡고 이를 대응하기 위한 정책 제안도 끊임 없이 진행한다. 지난해엔 RE100(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 메탄, 폐냉매, 폐자원에너지, 외부감축사업, 기후금융, 탄소국경세(CBAM), 저탄소도시 관련 다양한 분야의 정책 이슈를 선도했다.

기후변화센터 병설기구로 아시아녹화기구가 있다. 이들은 북한 산림녹화 사업이 주 목적이지만 한반도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산림 녹화 사업을 펼치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 아시아녹화기구 덕분에 산림청 등과 함께 정책 방안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산림으로 기후변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다. 앞으로도 탄소중립 정책 등 기후·에너지 관련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슈를 공론화해 정책 개선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 "각계의 탄소중립 달성 노력 없으면 국가 경쟁력 사라진다"

-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 그렇다. 하지만 대한민국 저력을 믿기 때문에 무언가를 해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국가였다가 원조를 하는 국가로 몇 십 년 만에 탈바꿈했다. 전세계가 한국을 두고 놀라는 지점이기도 하다. 환경 정책을 두고 정치 논리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들도 많다. 정권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 방법에 차이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안보 개념과 공급망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 정부 역시 현명하게 대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어떤 세밀한 방안을 가지고 탄소중립을 이행해 나갈 것인가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정부도 그 노력을 하리라고 믿는다. 최근에도 원전을 두고 탈원전에서 다시 친원전으로 방향을 틀면서 반대 여론이 많았지만 또 원전과 재생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거론됐다.



-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소감이 궁금하다.

▲ 우리나라는 일단 수치상으로 보면 온실가스 다(多)배출 국가에 속한다. 그 이유는 정말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급성장한 유일한 나라다. 그 면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면서 주 산업이 에너지 다소비 업종으로 포진됐다. 철강이나 정유, 석유화학 등 경제 성장을 이끈 산업을 두고 에너지 다배출이라고 지적만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산업 구조를 서비스나 IT, 바이오로 전환해야 하는 노력을 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 기존 산업에서도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노력하고 투자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포스코 사외이사를 하면서 기업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 각 기업들도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다만 전환에 필요한 기술이나 공법이 아직 시작단계일 뿐이다. 기술은 전세계에서 앞서 있지만 이를 상용화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국제 경쟁력이 없어진다.



- 기후위기 대응은 결코 한 산업,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할 수 없다. 효과에 의문과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 인식제고는 굉장히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기후’였다. 이제 국민들도 이상 기상 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 누렸던 편했던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건 아는데 이걸 막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에 대한 실천이 늦었다. 물론 편리함을 버려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를 실천하고 행동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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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송기우 기자



◇ "기후변화센터 생활 10년차…외부 전문가 육성 위해 시작"

-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환경부도 산업 육성부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전 환경부 장관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였나.

▲ 기본을 버리고 기본을 없애면서 육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환경부의 기본적인 역할과 사명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그 사명감을 결코 잊을 리가 없다. 환경부 장관으로 몸 담았을 때에도 환경산업을 육성하는 데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그렇다고 규제를 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규제도 엄격하게 했다. 최근에야 탄소중립이라는 전세계 큰 목표가 정해졌다. 이렇게 선진국들이 탄소중립에 몰아치고 있을 때 우리가 바로 뛰어들 수 있었던 건 과거 ‘저탄소녹색성장계획’ 덕분이다. 저탄소녹색성장계획 정책이 밑거름이 됐기 때문에 우리도 바로 선진국들의 탄소중립 발걸음에 맞춰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생화학을 전공하고 14대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직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 생명과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환경 관련 일을 하느냐는 질문과 공격은 늘 따라왔다. 오히려 화학과 생명을 동시에 연구했기 때문에 생체 화학 반응이나 오염물질이 생명체에 투입됐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시대가 원하는 전공 분야와 내 이력이 맞아 떨어진다는 명분을 찾았다. 환경부에 있었을 때에도 ‘화학과 생명을 아울러 다뤄왔기에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적재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낸 게 아니었나’하는 자신감도 있다.

환경부 장관으로 활동하면서 기후변화 심각성을 너무 크게 느꼈다. 이전까지는 자료로만 접했던 내용이기에 머리로는 알고 제대로 체감하지 못했는데 장관을 하면서 엄청난 위기라는 점을 깨달았다. ‘진짜 우리의 삶이 바뀔 수 있는 문제구나’ 하고 느꼈다.

국제기구 회의도 많이 다녔다. 그 때 파악한 게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 시스템 상 한 사람이 그 분야의 전문가로 10년 동안 활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인사 정책상 한 명의 공무원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다 보니 한 분야에 머무르는 기간이 2년을 넘길 수 없다. 그래서 늘 외부 전문가 그룹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장관 임기를 마치고 연구에 몰입하고 있던 차에 고건 전 국무총리께서 ‘함께 활동해 보자’고 연락을 주셨다. 장관직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신이 났다.



- 앞으로의 소망과 계획이 있다면.

▲ 올해 기후변화센터에서 활동한 지 10년째가 된다. 지난 2014년 공동대표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딱 10년차로 시작하는 해인 만큼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다. 또 어른이 된 지 50년이 됐다. 두루두루 의미가 깊다. ‘편하게 살면서 즐겁게 일한다’는 뜻의 ‘생생지락’(生生之樂)이라는 말을 모토로 삼고 있다. 세종대왕께서 제일 좋아하시던 말이라고 한다. 당신의 백성들이 일상 속에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생생지락’하기를 바라셨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늘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생지락’하면서 살고 싶다.


대담 = 구동본 정치경제부장/부국장
정리 = 오세영 기자
사진 = 송기우 기자

■ 유영숙 이사장 프로필

◇약력 △1955년 강원도 원주 출생 △진명여고, 이화여대 화학과 학사·석사,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 생화학 박사 △1990∼199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컨트롤센터 선임연구원 △199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2001년 한국기술벤처재단 전문위원 △2004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대사연구센터 센터장 △2006∼2007년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회장 △200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부원장 △2011∼2013년 제14대 환경부 장관 △2017년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 △2020년∼ 제5대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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