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한전 사장 취임 후 공식 석상서 줄곧 현안 관련 소신 언급
전기요금 현실화, 탈원전 및 탈석탄 정책 수정, 전력산업 혁신 등
"강단 있는 모습" 평가 속 "혼자서 할 수 있는 일 아냐"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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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해 10월 11일 한전 본사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참석,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과 탈석탄 수정 필요성 등 지난 정부 정책 실패를 여러 자리를 통해 지적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정승일 사장은 새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전 적자는 지난 정부 탈원전·탈석탄 영향"이라며 "연내 3번 정도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같은 주장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정 사장은 2021년 4월 취임 후 줄곧 전기요금 현실화와 전력산업 혁신을 강조해왔다. 취임사는 물론 국정감사, 윤석열 정권 출범 후 국민의힘이 주최한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 정책의원총회, 사단법인 ‘에너지미래포럼의 월례포럼 등 공식석상에서 발표자로 나서 꾸준히 소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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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지난해 6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강연을 하기 위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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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사단법인 에너지미래포럼 주최로 지난해 12월 열린 월례 조찬포럼에서 ‘위기를 넘어 기회로 전력산업 가치사슬 혁신의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DB. |
관가와 공기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이같은 행보가 전혀 놀랍지 않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정통관료 출신으로 자리나 위계, 정파 등에 연연하지 않는 강단 있는 모습으로 공직 생활 내내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일 처리가 꼼꼼하고 치밀해 ‘산업통상자원부 3대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천연가스 수급, 전기요금 개편 등 에너지 분야에서 성공한 정책을 다수 만들었다.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던 2016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대란 당시 개편을 추진하던 중 주형환 당시 장관과 의견 충돌이 있었고, 개편 작업 중간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산업부 차관 시절에도 전기요금 정상화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정권이 달랐던 지난 두 차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한전의 적자 원인에 대한 질의에 "적정원가와 적정보수를 보장하도록 한 공공요금 산정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는 전력 생산에 필요한 원가를 제대로 요금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변해왔다.
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한전의 방만경영으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강해졌다는 비판에는 "조금이라도 긴축할 수 있는 부분은 하겠지만, 방만경영 때문에 적자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유가의 변동은 한전의 경영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전기요금은 전혀 탄력적으로 조정이 안 됐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과거부터 여야를 막론하고 한전 감독 부처인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및 차관으로서 정책을 진두 지휘했던 경험과 같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를 이끈 경영 마인드가 바탕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 사장은 또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대해서도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게 국민 대다수 의견이라면 정부 정책이 유지될 수 있겠나. 더 많은 원전 비중이 바람직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그에 따라 논의하면 될 일"이라며 "‘2050년 석탄발전 전면 중단’은 좌초자산에 대한 보상과 석탄업 종사자 보호 등 공정하고 질서 있는 감축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합리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 사장의 이같은 행보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혼자만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전기요금 현실화, 전력산업 구조개편, 에너지전환 등과 같은 숙제들은 모두 정책 방향과 연계된 해묵은 과제들"이라며 "소비자, 발전 사업자, 투자자, 정부, 정치권 등 폭 넓은 이해 관계자와 소통 및 설득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