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천 전세피해지원센터 가보니…피해자들 ‘북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02 14:33

"보증금 돌려받을 수 없을지 몰라 답답해서 센터 찾아"



집값 급등기 갭투자·조직적 기획 공모·명의변경 등 다수 사례



전문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 발표 시기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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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 화곡동과 더불어 가장 많은 전세사기 피해를 본 인천시에도 31일부터 상담센터가 개소했다. 개소 3일째 운영시작인 10시부터 피해자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상담을 받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전세피해지지원 상담센터. 사진=김준현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집주인이 돈을 돌려주지 못할 것 같아 발만 동동 구르다가 인천에 센터가 열렸다고 해서 답답한 마음 좀 풀어보려고 찾게 됐습니다."(전세 피해자 아버지 A씨)

2일 찾은 부평구 십정동 더샵부평센트럴시티 상가 A동 3층 인천광역주거복지센터에 위치한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상담 센터. 이날 범정부적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 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센터는 개소 3일째 여전히 피해자들로 북적거렸다.

센터를 찾은 복수의 피해자들은 "빌라왕 때문에 관심 가지지 않았던 사회면 뉴스를 매일 챙겨보고 있다"며 최근 극성인 전세사기에 한탄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증가에는 집값 급등, 보증제도 악용, 전문 자격사 가담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날 센터를 찾은 피해자들 역시 집값 급등기, 조직 공모로 임차인을 유도한 경우이거나 100% 반환보증을 미끼로 계약을 종용, 임대인 명의변경 등을 통해 고의로 부도를 내는 전형적 사기 행각에 해당됐다.

먼저 집값 급등기에 송도 7억원대 H 오피스텔을 3억9000만원의 대출과 함께 갭투자(전세끼고 매매)로 매입한 집주인은 최근 집값이 5억원 이하까지 떨어지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피해자 부모인 A씨는 "보증금 2억2000만원, 월 60만원에 반전세로 거주했던 우리 아이가 해외로 가게 되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빼달라고 했고, 내용증명서를 보냈지만 반송되는 등 연락하기 힘든 실정이다"며 "공인중개소에서 당시 이 오피스텔은 거래가 위험하다고 했음에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은 알려주지 않고 등기권리증만 발급해준 상태라 제대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몰라 답답해서 센터를 찾게 됐다"고 전했다.

집주인 연락두절 사례도 허다했다. 인천 미추홀구 빌라촌에서 거주했던 피해자 B씨는 다른 지역으로 이직하게 돼 두 달 전 집주인에게 퇴거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집주인은 압류상태에 있었다.

피해자 C씨는 전형적 깡통전세 수법에 당했다. 알고보니 C씨의 집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거의 동일했다. 세입자의 핵심인 대항력은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부터 발생하는데, 이 틈새에 집주인이 전세계약 직후 명의변경을 했고, 변경된 집주인은 현재 연락두절 상태다. 그나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은 했다.

미추홀구 숭의동 피해자 D씨는 실질적 주택 소유주, 바지 임대인, 공인중개업자의 조직적 공모로 피해를 입었다. 최근 인천지방법원에서 ‘부동산임의경매’ 공문이 왔는데 집주인이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일명 ‘근생빌라’라고 하는 근린생활시설 건물을 주거 용도로 변경해 임대를 했는데 세입자들은 불법 건축물임을 인지못하고 입주하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들은 주택임대차 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D씨는 "이미 뉴스에 보도가 많이 된 일명 ‘남 회장’과 바지 임대인, 여길 소개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며 "다세대 주택 모든 세입자들이 기획적으로 이들에게 당했는데 반환보증 가입을 못했는데도 피해를 구제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찾아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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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만수동 빌라촌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앞서 국토부와 인천시는 지난달 31일부터 인천지역 전세피해지원센터(임시개소)를 열고 피해자 지원 상담을 시작했다. 현재 ‘전세지원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인천지역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어 임시 상담센터를 한 달 일찍 개소한 것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총 1556건으로 전체 5443건의 29%에 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날 센터에 확인한 결과 예약방문이 상당히 힘든 실정이며 심지어 전화 예약상담도 잘 안 될 정도로 많은 피해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등에 따르면 센터에선 보증금 반환 등 소송절차 자문과 경매 등 민사집행 절차 상담 등 무료 법률상담과 전세피해 확인서 발급을 통해 긴급금융지원에 활용토록 하고 있다. 또한 퇴거 임차인이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각종 전세사기 의심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인천 남동구 만수동 빌라촌에 거주 중인 E씨는 "최근에 흉흉해서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집주인이 변경됐는데, 변경된 집주인은 서울 노원구에 거주 중이고 연락이 아직 안 되어 불안하다"며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한 상황인데 집주인 연락이 계속 안 되면 상담센터를 찾아서 자문을 받아야 겠다"고 걱정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계약단계별 정보제공, 공인중개사 책임 강화 등 전세사기 예방 및 긴급거처 지원 확대 등과 전세사기 피해 지원, 전세사기 기획조사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방안 제시 내용들은 모두 긍정적이다"며 "이번 대책 시행 이후 운영하면서 향후 또 제기되는 내용들은 추가로 보완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kjh123@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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