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스위스 등 종횡무진...'현장 경영' 활발
'반도체 겨울' 버텨내야...지배구조 개편·M&A 등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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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베트남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팜민찐 총리와 대화를 나눈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오는 3일 취임 100일은 맞이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뉴삼성’ 비전 실현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 등을 종횡무진 누비며 현장 경영을 펼치는가 하면 수평적인 사내 질서를 도입하며 내부적으로 결속력도 다졌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재용 체제’를 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실적 개선, 지배구조 개편, 인수합병(M&A) 추진, 사법리스크 해소 등 과제도 산적했다는 분석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 회장의 행보는 ‘현장 경영’으로 요약된다. 작년 말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으로 UAE를 찾은 데 이어 올해 초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으로 또 UAE를 찾았다. 스위스 다보스포럼 등에도 함께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수행했다. 작년 말에는 베트남 삼성 연구개발(R&D)센터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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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삼성물산 건설현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모형도를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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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은 지난해 12월 방한한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과 만나 사업 관련 의견을 나눴다. |
이 회장은 국내에서도 글로벌 인맥을 뽐냈다. 작년 11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회동이 대표적이다. 그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올리버 집세 BMW CEO 등과도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장 취임 이후 임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 회장은 승진 전후로 국내외 다양한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파나마, UAE 등 해외 법인에서는 현지 생활을 고충을 직접 듣고 공감하기도 했다. 지난 1일에는 삼성화재 대전 연수원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고 소통의 자리를 가졌다. 지난달에는 설 연휴를 맞아 최근 출산한 여성 임직원 64명에게 삼성전자 최신형 공기청정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인재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경쟁사인 스웨덴 통신장비 회사 에릭슨 출신 임원 2명을 데려왔다. 네트워크사업부 산하에 신사업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강신봉 전 요기요 CEO는 온라인 세일즈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인텔 등에서도 인재를 계속 찾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며 바쁜 100일을 보냈지만 앞으로 과제는 더 많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겨울’을 성공적으로 버텨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했다.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가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사업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고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등 신사업 역량을 더 키워야 하다는 고민거리도 있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인수합병(M&A)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삼성의 대형 M&A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산 게 마지막이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활로도 찾아야 한다. 이 회장은 주력사인 삼성전자를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다만 국회에서 ‘삼성생명법’이 추진되는 등 변수가 있어 이에 대한 해법을 계속해서 모색해왔다.
새 노사관계 정립, 사법리스크 해소 등도 앞으로 과제다. 삼성은 이 회장 체제에 들어서며 ‘무노조 경영’ 원칙을 깼다. 아직까지 노사 관계가 확실히 만들어지지 않아 이에 대한 이 회장 역할이 클 전망이다.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재판 등 사법리스크도 매듭지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광복절 복권 전까지 취업제한 논란 등이 있었던 만큼 리더십을 완벽히 하기 위해서는 사법리스크를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