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 항소심 무죄...교보생명 "풋옵션 가격 정당하다는 의미 아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03 14:11

법원 "가치평가 업무 과정서 어피니티 지시 증거 부족"

검찰 항소 기각...어피니티 임원, 안진 회계사들 무죄

어피니티 "안진 보고서 문제 없다는 것 명확히 확인"



교보생명 "부적절한 공모에도 증거 부족 반영된 결론"

"FI 법적분쟁으로 IPO 기회 지연, 주주 역할 다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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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 주요 임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부적절한 공모 혐의가 있음에도 증거가 다소 부족한 것이 반영된 결론"이라며 "이번 재판 결과가 풋옵션(주식을 특정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 가격(주당 41만원)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 서울고법 "어피니티 지시로 풋옵션 가격 산정, 증거 없어"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는 3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어피니티컨소시엄 임직원 2명, 교보생명 가치평가 업무를 수행한 딜로이트안진 임원 2명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무죄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딜로이트안진 직원 1명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가치평가 업무에서 평가자와 의뢰인이 논의를 주고받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평가방법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고서의 발행이 안진 회계사들의 전문가적 판단 없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은 객관적인 증거에 비춰 어긋난다"고 밝혔다. 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에 대한 풋옵션 행사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어피니티의 일방적인 지시로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취지다.


◇ 교보생명 "FI 법적 분쟁으로 IPO 기회 지연...법원 판결 유감"


이번 재판은 어피니티 임원과 안진 소속 회계사들이 교보생명의 풋옵션 행사가격 평가 과정에서 허위보고, 부정청탁 등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를 발견한 검찰의 기소로 이뤄졌다. 검찰은 가치평가 업무의 독립성을 준수해야 할 공인회계사가 사모펀드의 부정 청탁을 받아 허위로 가치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금품을 부당하게 수수한 것은 공인회계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 변호인 측은 "이번 판결로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 행사과정에서 제출한 안진의 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다시 한번 명확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반면 교보생명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교보생명은 "다수의 공모정황, 증거가 있었음에도 이번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 유감스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어피니티와 신 회장 간에 풋옵션 분쟁은 2018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피니티는 보유 중인 교보생명 지분 24%에 대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며 교보생명 감정가로 주당 40만9000원을 제시했다. 당초 매입가격(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00억원)보다 두 배가량 높은 금액이다. 신 회장은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판단해 풋옵션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교보생명의 IPO 공모 예정가가 3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점도 신 회장이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은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에 어피니티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국제 중재를 신청했고, 현재 2차 중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 회장 측은 IPO를 통해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치평가를 받아 적정한 풋옵션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의 이번 무죄 판결이 곧 풋옵션 행사 가격에 대한 정당성까지 인정받은 것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IPO를 통해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치평가를 받아 적정한 풋옵션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는 게 신 회장과 교보생명 측의 주장이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 측의 법적분쟁 유발로 가장 객관적인 풋옵션 가격을 평가받을 수 있는 IPO 기회가 지연됐다"며 "이제라도 주요 주주의 역할에 맞게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금융지주사 전환, IPO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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