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직원횡령 오뚜기, '갓뚜기' 신뢰 찾으려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12 16:30
조하니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갓뚜기’로 불리는 식품사 오뚜기가 최근 일부 직원의 횡령 사건으로 기업 이미지를 구겼다.

자체 감사로 색출해 스스로 외부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자칫 타의의 비리 고발로 빚어질 충격을 미연에 차단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번에 적발된 직원 횡령 사건의 유형을 보면 오뚜기도 꽤 당황했을 것으로 본다. 회삿돈을 빼돌리는 흔한 횡령 수법과 달리 오뚜기 직원의 횡령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오뚜기 전·현직 직원 3명이 협력업체가 덤 증정 등 홍보 목적으로 건넨 상품들을 개인 창고로 빼돌렸다가 회사 몰래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수법으로 부당수익을 챙긴 것이다. 이렇게 착복한 액수만도 1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말 실시한 내부 감사에서 횡령 사실을 인지한 오뚜기는 비리에 가담한 직원들 가운데 퇴사자를 제외한 현직 직원 2명을 파면 조치했고, 조만간 경찰에 사건수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이다. 다행이 횡령금도 전액 변제받아 회사가 입은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케팅용 상품을 무상 제공한 일부 협력업체가 담당자들의 상품제공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발언해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간 고질적인 거래관행의 문제로 번질 소지도 있다.

할인 행사에 포함돼야 할 제품이 불법 유통돼 그만큼 소비자들이 가격 인하 혜택을 보지 못했다는 찝찝함도 그대로이다.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진 직원의 횡령이 고객 피해로 연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오뚜기가 ‘갓뚜기’로 불릴 정도로 자부해 오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만다.

오뚜기 관계자는 "상품 관리에 소홀했던 것은 명백히 우리 잘못"이라고 시인하면서 "관리 사각지대가 없도록 향후 상품유통관리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실수를 인정하고 재빠르게 수습에 나선 것은 ‘갓뚜기’의 일면모를 보여준 대응으로 높이 살만 하다. 오뚜기는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횡령사건을 단순히 일개 직원의 일탈로 치부할 게 아니라 그런 비리를 나오게끔 만든 내부의 허술한 직원과 상품 관리의 문제점을 찾아내 원천차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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