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의 딜레마'…도매값 폭락에도 소매값 요지부동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2.13 18:25

소비자 손까지 유통비용 48% 붙어 '가격 격차' 발생
사치재 성격 탓 가격하락 영향 덜 받는 특성도 작용
전문가 "도·소매가격 연동제로 가격 안정 도모 필요"

한우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농협하나로마트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매대에 진열된 한우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한우 도매값이 폭락해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한우 가격은 ‘여전히 높다’.

사육 마릿수 증가에 따른 과잉 공급으로 도매값이 하락해 사육농가는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정작 최종 소비자인 국민들이 시장에서 구매하는 한우 가격은 요지부동 수준이라는 불만이 높다.

통상 축산업계는 한우 적정 사육두수를 300만 마리로 보고 있지만 지난해 말 이미 355만 두를 넘어선 상태다. 2015년부터 시작된 한우고기 도매가 호조세와 함께 코로나 특수에 따른 가정수요 증가로 한우 농가들이 사육 마릿수를 늘린 영향이다. 7년 연속 상승세에 이어 정부는 올해도 358만 마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과잉 공급이 지속되면서 한우 도매가는 하락했지만 일반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한우 가격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는 것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9일 기준 한우 등심 부분육 도매가격은 1㎏당 5만3689원으로 전년 동기(6만6005원)보다 22% 줄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은 10만9750원에서 9만5960원으로 14% 내리는데 그쳤다.

이처럼 한우 도·소매가격 간 괴리가 좁혀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업계는 소비자가격의 48%에 이르는 유통 비용을 지목한다.

대개 한우는 농가부터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 총 6~8단계를 거친다. 도축·가공 등을 거쳐 단계별로 마진이 붙는 구조로, 그 과정에서 인건비·물류비·유류비 등이 포함된다. 유통비 수수료가 불면서 산지 도매가가 내려가도 하락분 만큼 실제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격변화에 비탄력적인 농산물의 경우 산지 출하량이 과잉되면 가격이 폭락해 출혈판매가 일어나는 점과 비교하면 더더욱 대조를 이룬다. 이는 일반 소고기보다 희소성을 지닌 한우고기 특성상 가격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치재 성격을 지닌 한우 특성상 하방 경직성이 강해 소매가가 좀처럼 떨어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격이 높을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를 지닌 명품과 같이 고급화 전략을 사용해 한우를 판매하는 정육점과 식당도 쉽게 가격을 내리기 힘들 수밖에 없다. 소비자 선호도가 낮은 설도·양지 등의 부위 외 등심과 안심, 채끝살 등 구매 빈도가 높은 구이용 소고기가 대표 사례다. 등심 부위만 해도 전체의 8% 수준으로 지방을 걷어내면 5%밖에 남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유통구조 손질보다 공급량을 줄이고 위축된 소비 촉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발표한 한우 수급안정 대책만 해도 중장기 전략인 수출 확대를 제외하면 당장 수급 조절을 위한 할인행사에 치중돼 있다.

공급 물량 회복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암소 14만 마리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지만, 실질적인 감축 효과는 2~3년 후 가시화될 것이라는 업계 설명이다.

정부 개입에 따른 시장성과 자율성 저해 우려는 이해하지만 수요 확대 대책과 함께 제시한 유통 효율화 방안도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정부는 ‘축산물 온라인 경매 확대’·‘부분육 경매 도입’ 외에도 축산 도매업자·가공업체가 부분육 납품 가격을 보고한 뒤 평균 납품가를 공개하는 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한우시장 정상화를 위해 유인책 이상으로 나아가 한우 도매가와 소매가를 적절하게 연동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우 도소매가격 연동제를 제도화해 도매가가 내려가면 소매가도 떨어지고, 도매가가 오르면 소매가도 올라가는 방식이다.

공급량이 늘어 한우 도매가가 급락한 현 상황에 가격연동제를 접목하면 소비자가 사들이는 한우 고기값이 낮게 책정되도록 하자는 설명이다.

전상곤 경상국립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시장 정상화를 위해 직접 개입할 방법은 없다"면서 "다만, 농축산물 모두 도·소매가격 연동제를 통한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유통업체에 압박 효과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한우 도소매가격 연동제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주도 아래 농축협 하나로마트에서 선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전국 하나로마트 2100개 가운데 한우고기를 파는 곳은 980개 수준이다. 이들 매장에서 가격 연동제 적용으로 소비자가격을 낮추게 되면 지역 대형유통업체들도 수요 잡기를 위해 덩달아 소비자가격을 낮출 것으로 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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