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작년 4분기·연간 실적 발표
흑자땐 이커머스 인식개선 청신호
오프라인 유통기업은 위기감 증폭
지속성장 vs. 상승둔화 전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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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잠실사옥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쿠팡의 4분기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분기 흑자는 쿠팡 로켓배송 도입 8년만의 첫 흑자로, 4분기 흑자로 연결될 경우 ‘연간 흑자 달성’이라는 의미있는 실적과 함께 이커머스산업 성장의 전환점을 제시해 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달말께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쿠팡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주목받는 이유는 앞서 3분기 시장의 예상을 깨고 쿠팡이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7742만 달러(약 1037억원)를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분기 흑자라는 점에서 업계에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현재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에선 쿠팡에 긍정적인 투자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첫 분기 흑자 달성으로 수익성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는 쿠팡에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Overweight)’로 제시했다. 목표 주가는 24.25달러로 잡았다. 또한 쿠팡의 연간 매출을 242억8900만달러(31조 1943억 6270만원)로 예상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포드는 지난해 4분기 쿠팡 주식 674만2347주를 매수했다. 해당 기간 쿠팡 평균 주가가 17달러(2만 1811)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매수 규모는 약 1억1460만 달러(1470억 5472만 원)에 이른다. 이에 베일리 기포드가 보유한 쿠팡 주식은 지난해 9월말 1억843만3753주에서 1억1517만6100주로 늘었다.
시장에선 쿠팡의 연간 흑자 전환은 상장을 준비 중인 나머지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쿠팡은 2021년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후 투자자 기대에 못 미치는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만일 시장의 예상대로 쿠팡이 흑자 달성에 성공할 경우 ‘이커머스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인식돼 11번가·SSG닷컴·컬리·오아시스마켓 등 상장을 준비하거나 상장을 연기했던 나머지 이커머스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은 커지게 된다. 오프라인 유통기업 입장에선 지금까지 온라인 쇼핑은 다 ‘적자’라고만 치부했는데 온라인이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라고 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사업 구조를 정당화하기 쉽지가 않을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쿠팡은 이미 지난 2021년 매출 22조원으로 이마트 매출을 훌쩍 뛰어넘었다. 당시에는 매출 신장세도 크고 적자 폭도 컸지만, 지난해 흑자 달성에 성공할 경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는 "온라인에서 흑자가 난다는 이야기는 지속 가능하다고 봐야 되기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업체 입장에선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것"이라며 "온라인의 흑자 구조가 커지게 될수록 마켓쉐어도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결국 오프라인의 마켓쉐어(점유율)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다른 한편에선 쿠팡이 리테일 비즈니스(retail business, 소매업)의 뿌리를 흔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은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했다. 그러다 2014년부터 로켓배송을 시작하며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자동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물류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대하며 ‘리테일 이커머스’로 자리매김, 기존의 도매업 또는 소매업으로 구분 지을 수 없는 독보적인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관건은 쿠팡의 성장세가 앞으로 지속될 수 있냐는 점이다. 일상회복으로 오프라인 수요가 늘면서 올해 이커머스의 성장세는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쿠팡이 국내 최대 이커머스업체로 굳건히 자리잡은 만큼 사업 지속가능성은 확보됐다는 평가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 이커머스산업은 미국과 중국, 영국에 이어 세계 4위이지만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라며 "쿠팡의 신규 고객 확대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객단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pr902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