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SM·태광산업 등 타깃···"주주환원 확대"
"재계 움직임과 일치···지나친 요구는 부담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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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3월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서 재계 주요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의 행보가 각종 경영권 분쟁이나 소액주주 운동의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아 경영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KT&G, SM엔터테인먼트, 태광산업, JB금융지주 등은 주총을 앞두고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에게 주주제안을 받았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T&G가 한국인삼공사를 분리해 상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FCP는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과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안다자산운용은 KT&G에 사외이사를 증원하라고 했다. 동시에 기말 배당금을 사측이 정한 1주당 5000원에서 대폭 상향한 7867원으로 결정하자고 요청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금융권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이들은 JB금융지주에 주당 900원 결산 배당을 요구했다.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 출신 자본시장 전문가인 김기석 후보자 1인을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하자는 주주제안도 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KB금융, 신한지주 등에도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라고 제시했다. 태광산업이 소액주주 보호장치인 분리선출제도를 악용해 사측에 유리한 이사회를 구성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배당성향을 20% 이상으로 높이자는 안건도 들고 나왔다. 라이프자산운용은 SK에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자고 전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오스템임플란트 등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에 일정 수준 백기를 든 상태다. 이들은 내부 통제 시스템 오류, 총수의 방만 경영 등 문제점을 파고들어 변화를 이끌어냈다. 양사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대상이 된 이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밖에 휴마시스, 헬릭스미스, 손오공 등 기업에서도 주총 시즌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소송 등의 제기·신청 관련 공시가 나왔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1926년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게 자본시장의 중론이다. 당시 벤자민 그레이엄이 노던 파이프라인에게 현금을 배당하라고 압박했다. 국내에서는 외국계 기업의 표적이 돼 손해를 본 사례가 비교적 많이 알려졌다. 2003년 SK의 ‘소버린 사태’가 대표적이다. 미국계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우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공격했던 전력이 있다. 토종 펀드인 KCGI는 한진그룹과 불꽃 튀는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재계는 행동주의 펀드가 ‘명분’을 앞세워 소액주주를 결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작년 말 태광산업이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목소리가 작용한 결과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주총 표대결에서 대주주가 소액주주에게 패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SK,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이 배당금을 늘리고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상황"이라며 "자체적인 움직임이 있는데 주총을 앞두고 일부 행동주의 펀드가 과도한 입김까지 넣는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