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고위공직자 사전질문서 등 검증 보강할 방침"
전날엔 "사안 엄중히 보고 있다" 언급…문책 배제 못해
문책 땐 법무부 인사검증단·공직기강비서관실까지 영향권
공직 후보자, 사진질문서 허위 답변했어도 형사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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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변호사.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정순신 신임 국수본부장이 아들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로 임명 이틀 만에 낙마함에 따라 대통령실이 인사검증 제도 보완은 물론 검증라인 책임자 문책까지 단행할 지 주목된다.
정순신 변호사가 지난 24일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아들이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정황이 과거 기사들을 통해 밝혀졌다. 이에 정 변호사는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실도 이틀만에 임명을 취소했다. 이 모든 절차가 불과 임명된 지 28시간만에 이뤄진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에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학교폭력 문제를 엄중히 다루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직자 임명에 있어 후보자들에 대해 이번 정 변호사 임명으로 불거진 자녀 논란까지 인사 검증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도 정 변호사의 인사 검증과 관련한 책임자들을 문책해야 한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이 시스템 개선은 물론 책임자 문책까지 나설 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27일 인사 검증 제도 개선은 이번에 드러난 문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질문서 보강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전날에도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다"며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낙마를 계기로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질문서를 일부 보강할 방침이다.
사전질문서에 자녀의 학교폭력 관련 질문을 추가하고 사실 그대로 답변할 의무를 환기하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생활기록부를 인사검증시스템에 포함시키는 것을 포함해 세평 수집 강화와 검사 출신 인사라인에 정무적 판단을 갖춘 인사를 배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고위 공직 후보자가 본인에 대한 검증에 동의할 경우 60쪽 분량의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인사 검증의 기초 자료다.
사전질문서에는 범죄경력, 징계 이력, 재산 납세 등 11가지 분야에 걸쳐 169개 질문이 담겨 있다. 가족이 민사나 행정소송에 관계된 바가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도 있다.
정 변호사의 경우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소송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고 전해졌다.
사전질문서에도 ‘답변 내용이 다른 것으로 확인될 경우 공직 임용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등의 문구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낙마 사건을 단초 삼아 앞으로는 더 분명한 사전 경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사전질문서 내용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점이 인정되더라도 정 변호사가 형사 처벌 대상까지는 오르지 않는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인사검증을 위한 사전질문서 답변에 사실을 숨겼다고 형사 처벌이 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도의적인 책임은 따른다. 수사를 담당하는 국수본부장 자리에 까지 오른 후보자의 인사 검증에 문제가 생긴 만큼 시스템을 제대로 개선하고 재발하지 않기 위해 대통령실도 명확한 후속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신 낙마 사태’ 수습이 인사검증 책임자 문책까지 번질 경우 법무부는 물론 대통령실 비서실까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검증업무를 담당하던 민정수석비서관실을 폐지하는 대신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면서 기본적인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이 법무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이 후보자를 추천하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후보자를 대상으로 1차 검증을 한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검증 결과를 받아 2차 검증 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인사 추천을 하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에는 전 대검 사무국장 출신인 복두규 인사기획관, 전 대전지검 검사인 이원모 인사비서관이 있다. 1차 검증을 진행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는 박행렬 인사정보관리단장과 이동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1담당관(전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이 있다. 2차 검증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진행한다.
이번 정 변호사 낙마 사건을 계기로 야당의 공세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악의 인사 참사, 거듭되는 인사 참사에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하고 법무부 장관 역시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할 것"이라며 "정순신 (아들) 학폭 및 인사 검증 실태 조사단 구성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민정수석실에서 하던 인사 검증 업무를 지난해 6월 대통령령으로 법무부에 넘긴 것도 위법하다"며 "인사검증단을 대통령실에 두거나 그렇지 않으면 인사혁신처에 두는 게 맞는다고 봐서 관련 개편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현재 법무부에 위치한 인사검증단을 인사혁신처 등 다른 기관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검토를 거쳐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회 차원의 대응책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문책대상을 꼬집지는 않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검증단과 관련된 만큼 이번 ‘정순신 낙마 사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이후 "학폭 가해자 입학 과정의 문제점, 인사 검증 시스템 부실과 관련 책임, 제도 개선 문제까지 전면적인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 관련 문책 대상과 관련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법무부에 인사검증단이 있기 때문에 한동훈 장관이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