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김지형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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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부동산시장 개입에 대한 결과는 민망하다 못해 참담한 수준이다. 연초부터 1·3 대책 등 잇따른 구제책을 쏟아내면서 떨어지는 칼날이 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려하고 있지만, 결국 시장에 역행하는 해법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또한번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분양가의 종말은 결국 미분양이 될 수 밖에 없는데도 정부가 나서서 미분양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정말 옳은건지,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왔던 ‘시장원리’ 회복에 들어맞는 건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 등 당국의 노골적인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구하기, 서울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고가 매입 논란 등 미분양을 해결하려는 일련의 정부 조치는 또다른 부동산시장 아노미 사태를 낳을 수 있다.
미분양 문제의 핵심은 고분양가에 있다. 그리고 최근의 급락장 이전의 대세상승기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따른 저금리 기조에 의한 유동성 장세였기 때문에 당시 급등했던 가격의 조정은 경제 사이클상 필수불가결하다. 결국 시장 법칙이 제대로 작동해야 현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급증, 거래절벽 등의 우려는 완화될 수 있다. 시장의 원칙인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형성 기능이 왜곡된다면 전례없는 상황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반시장적 조치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예를들면 미분양 주택에 대한 정부의 매입임대가 그렇다. LH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약 36가구를 총 79억5000만원이란 거액을 투입해 매입임대 목적으로 사들였다.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전용면적 ㎡당 매입가격은 920만원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공주택인 세곡 2-1단지 ㎡당 건설원가 436만원의 배를 웃돌았다.
미분양 민간주택을 매입임대를 위해 바싸게 사들인 것은 건설사 이익을 챙겨줄뿐만 아니라 가격거품을 떠받치는 행위라는 질타가 잇따랐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완화로 정부가 다시 갭투자(전세끼고 매매)를 통한 부동산시장 부양을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크다. 다주택자가 갭투자 등의 방식으로 매물을 대량 매집하는 투기를 허용해 집값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고자하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라는 시각이다. 집값이 장기약세에 빠졌던 2014년 박근혜 정부는 갭투자를 양산하는 유사한 규제 및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고, 이 여파로 강남 3구 지역 집값은 폭등세를 연출했다.
특히, 다주택자 투기 조장 등으로 폐기수준에 들어갔던 민간등록임대제도 부활은 시장 안정화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 열풍을 또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전방위적 규제 완화에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윤 정부가 주창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 시점에 의구심이 든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4개 지역만 남겨두고 규제지역을 푼 지 54일 만에 전격적으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를 발표했고, 이는 올해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둔촌주공의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 12월 예상보다 낮은 한 자릿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이같은 노골적인 둔촌주공 구하기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민간 분양의 저조한 결과는 고금리에 의한 실수요자들의 부담도 컸지만 집값이 당분간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비관적 전망이 크다. 이는 시장에 가격으로 매겨져야 하지만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했고, 이에 불구하고도 시장 내 미분양은 청약불패였던 서울에서 마저도 위험수준으로 커졌다.
당분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고금리, 거래절벽은 어쩔수 없으며 정부 부양책으로 일부 급매물이 올들어 소진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오락 가락하며 횡보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무리 부동산냉각기 경착륙이 두렵더라도 이제 ‘인위적인 손’으로 완화하려고 하면 안된다. 이는 결국 또 다른 비이성적 과열로인한 거품이나 그 이후 더 골 깊은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