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에너지공대-광주과기원 통합 검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06 16:32

여권 관계자 "지방대 미달 사태, 한전 재무구조 악화 등에 통폐합 추진하는 것으로 알아"



에너지공대 "논의된 바 없어, 올해도 139명 입학, 건물 공사 계속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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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대 입학식 및 비전 선포식에서 폭죽이 터지고 있다. 행사장을 둘러친 칸막이 바깥 쪽으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가 올해 개교 2년을 맞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과 광주과학기술원의 통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대학 정원 미달사태가 심화하는 가운데 일반대학교 공학대학들과 중복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다 켄텍에 재정지원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재무구조까지 악화하고 있는 게 배경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6일 "켄텍과 광주과기원을 포함한 다수 지방 대학 통폐합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켄텍은 당초 호남에 정치 기반을 둔 문재인 정부에서 숱한 논란에도 지역 민심 확보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설립됐다"며 "특히 공학 인력 양성 비효율화, 켄텍 재정지원난 등 여러 후유증을 낳고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 들어 이를 바로잡거나 문제 해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과학기술 고급 인재양성을 위해 현재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4대 국립 과기원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과기원은 지난 1995년 3월 개교했으며 물리·화학·생명과학·전자전기컴퓨터·기계공학·신소재공학·지구환경공학 등 전공과 함께 에너지·의생명공학·문화기술·지능로봇 ·AI융합 등 부전공도 개설해놓고 있다. 광주과기원의 재학생은 지난해 현재 학부 727명, 대학원 1293명 등이다.

켄텍은 정부, 한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인 전라남도와 나주시가 함께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설립한 공과대학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설립이 가시화했다. 이후 2019년 1월 입지 선정, 2020년 6월 초대 총장 후보자 선임, 2021년 4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 제정, 5월 설립 인가를 거쳐 지난해 3월 개강했다. 건물은 현재까지 1개동만 사용되고 있다. 전체 건물 완공은 2025년으로 계획돼 있다.

한전은 지난해 32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켄텍 운영비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대로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켄텍 운영비는 대부분 한전 등 전력그룹사가 부담한다. 한전은 켄텍 설립과 운영비로 오는 2031년까지 1조611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전이 추정한 올해 켄텍 설립·운영을 위한 출연금 규모는 총 1588억원이다. 지난해 711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출연금은 한전이 1016억원, 5대 발전 자회사(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등이 총 572억원을 각각 분담할 계획이다. 올해 발전자회사의 출연금이 약 170억원으로 지난해 404억원 대비 41.5% 늘어나는 동안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출연금은 지난해 307억원의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켄텍에 대한 한전 그룹사의 출연금은 2019년 600억원(한전 384억원 자회사 216억원), 2021년 645억원(한전 413억원 자회사 232억원) 등이었다.



켄텍 설립 및 운영 비용(2019년~2031년)
설립비한전6210억원
부영그룹1670억원
추가 금액(추정)2591억원
운영비나주시1000억원
전라남도1000억원
정부(전력산업기반기금)1000억원
한전(추정)2641억원
총액1조 6112억원
한전부담8851억원


광주지역 대학의 한 관계자는 "켄텍은 설립 추진 때부터 갖가지 논란과 시비 대상이 됐다"며 "재정 지출에 관한 예비적 타당성의 적법성 논란, 설립 인가와 관련한 교육부의 특혜 논란, 시공사인 부영주택에 대한 특혜 시비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전의 대학 설립은 처음부터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미 전국의 대학이 학령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3년 이내에 38개 이상의 사립대가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이라며 "지난 정부 당시 대통령과 지역 정치인들이 광주·전남의 발전 방안으로 대학 설립을 떠올리고, 그 짐을 한전에 떠넘겨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명예교수는 이어 "이미 전국의 거의 모든 공과대학에 에너지 관련 학과가 운영되고 있고,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에너지 관련 인력이 넘쳐날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한전이 100기가와트(GW) 규모의 발전과 송배전 설비를 건설·운영하고, 전 세계 24개국에서 발전·송배전·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세계적 수준의 에너지 전문 공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 것도 그 덕분이었다. 한전이 그동안 유능한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대학 입학 가능 인원이 지난 2021년 43만명에서 오는 2040년 28만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입학 정원이 약 26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지방 사립대 중 상당수가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대학 통폐합은 정부 주도로 이뤄져 왔다. 2012년까지 국립대 19개가 10개로, 공립대 2개가 1개로 통폐합됐다.

최근에는 우수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지방 국립대 위상 약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국립대 간 자체 통폐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경상국립대다. 이 대학은 지난 2021년 경상대와 경남과기대가 통합해 탄생했다. 한경국립대도 지난해 한경대학교와 한국복지대학교 간 통합으로 새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국립대 통폐합 기준 고시가 개정되기도 했다.

켄텍 관계자는 겐텍과 광주과기원 통합 검토와 관련 "지방 대학 정원 미달이 심각해지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광주과기원으로부터 제안이 온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올해 두번째 신입생 규모는 학부 109명, 석사 14명, 석박통합 10명, 박사 6명으로 총 139명이 입학해 지난달 27일 개강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미달은 없다"며 "지난달 대운동장과 풋살장. 테니스장 이 완공됐고 행정관 공사도 마무리 단계"라고 현황을 설명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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