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러시아행…사우디·이란에 이어 우크라 전쟁 중재 나서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0 12:07
CHINA-RUSSIA/DIPLOMACY-XI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일인 2022년 2월 4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시 주석은 20일부터 22일까지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다(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까지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다. 중국이 ‘국제적 중재자’로서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적대적 관계를 해소한 것처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단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더욱 부각될지 주목을 받는다.

20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부터 22일까지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다.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은 국가주석 3연임 임기를 시작한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두 정상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 있어 6개월 만에 직접 대면한다.

두 정상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해 2월 초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양국 간 제한 없는 파트너십을 천명하기도 했다. 시 주석이 러시아를 마지막으로 방문했었던 적은 2019년 6월이었다.

이번에 러시아를 찾은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해 어떻게 나설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을 위해 중국 측이 최근 제시했던 12가지 중재 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한 바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란 입장문을 내고 △각국 주권 존중 △냉전 사고 버리기 △적대활동 중단 △평화협상 개시 △곡물 수출 재개 촉진 등을 포함한 12가지 항목을 제안한 바 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최근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7년만에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에 이뤄지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중재자 역할을 입증한 중국이 1년 넘게 이어온 우크라이나 전쟁마저 중단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국제사회의 지도자라는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종전을 위한 중재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친강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통화를 가졌고 시 주석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할 계획이다.

이번 회담에서 또 다른 관심사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지 여부다. 크렘린궁은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두 정상은 양국간의 제한 없는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 관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다수의 양자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방러에 앞서 일본 교도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중국산 탄약이 사용된 것을 미국이 확인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미국은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경계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수많은 동맹 및 파트너가 구축한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맞서 싸우고 있는 두 나라가 중국과 러시아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들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글로벌 게임의 규칙을 다시 쓰고 싶어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의 잘못이고 러시아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적어도 (러시아의 침공에) 암묵적으로 승인했다"며 시 주석의 방러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동 중재에서와 같은 화해를 끌어낼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한다. 인도 델리대학 동아시아연구소 아반티 바타차르야 교수는 중동 중재는 중국이 이미 사우디 및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가능했다며 중국은 러시아와는 우호 관계지만 우크라이나와는 가까운 관계가 아니고 강력한 반(反)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시 주석은 러시아 매체에 실은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복잡한 문제에 간단한 해법은 없다"고 썼다. 뚜렷한 중재 성과가 없을 경우 자신의 외교력이 평가절하될 가능성을 의식해 기대치를 낮추려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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