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키 절대 안준다"입주 막힌 ‘신목동파라곤’ 아파트를 가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0 15:14

시공사, 아파트 입구 컨테이너·자동차로 봉쇄



조합,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억울해



해당 문제 관련 법규 없어 분쟁 장기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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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과 시공사의 분담금 이견으로 인해 입주가 지연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 아파트 입구가 컨테이너와 자동차로 막혀있다. 사진=김다니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조합과 건설사의 분담금 이견으로 직전에 입주가 보류돼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은행에서도 대출을 보류하고 중도금 대출을 상환하라는 통보가 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30대 남성 신목동파라곤 예비 입주자 A씨)

20일 방문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 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예비 입주자들은 아파트 입주 지연으로 일어난 일에 대한 답답한 속마음을 토로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신목동파라곤 ‘입주 지연’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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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동파라곤 아파트 단지 모든 입구는 물리적으로 봉쇄됐으며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상태다. 사진=김다니엘 기자


지난 1일 입주가 예정돼있던 신목동파라곤 아파트의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은 원자잿값 상승 등을 고려해 신월4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공사비 100억원을 증액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지난달 단지 입구를 물리적으로 막아섰다.

해당 아파트는 총 299가구로 이 중 153가구가 일반분양이고 나머지가 조합원 가구이다. 공사비 100억원이 증액된다면 산술적으로 조합원 1명당 약 8000만원씩 더 지불해야하는 셈이다.

양측은 계약 당시 ‘2018년 7월 이후 기획재정부 발표 소비자물가 지수를 기준으로 3% 이상 물가가 상승할 경우 양측 협의로 공사비 단가를 조정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에 나선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8년 8월 이후 꾸준히 높아져 2021년 10월에는 3% 이상 상승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9% 이상 오른 상황이다.

동양건설산업이 아파트 단지 입구를 봉쇄하고 조합원을 포함한 일반분양자의 입주까지 가로막자 조합은 지난달 24일 시공사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 측은 일반분양자 입주가 시작되면 조합원들이 그 틈에 섞여 함께 입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아파트 단지 입구 봉쇄를 철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입주를 막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시공사 측은 공사비 분담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조합이 입주를 먼저 추진한다며 2021년 12월부터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수차례 공사비 단가 조정 협의 요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차례의 관련 회의만을 개최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시공사 유치권 행사의 타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들어 지난 17일 조합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 조합은 억울하다…"일부러 협상 안한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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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잔해로 막혀 있는 신목동파라곤 아파트 단지 주변. 사진=김다니엘 기자


반면 조합은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 측의 대응과 법원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조합 측은 2021년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3%가량 상승했을 당시 시공사 측에서 공사비 인상을 전달했으며 같은 해 12월 6%대 상승 당시 또다시 계산된 금액이 아닌 추정된 인상 금액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시공사 측에서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계산된 금액 이상을 요구했고 협의나 조정 없이 100억원을 책정해 당황스러웠다며 원자잿값이 상승한 것은 알지만 맞지 않는 금액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신월4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서류 전달 당시 시간 지연이 있었고 적은 가격이 아닌 만큼 조합원들을 설득할 시간도 필요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된 것이지 협상을 안 한다거나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시공사 측이 요청한 공사비 증가액은 과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과 시공사의 문제 때문에 일반분양자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어 협상 중에 있다"며 "아파트 단지를 막고 있는 컨테이너는 오늘 치워졌으며 일반분양자 입주 또한 대화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과 시공사가 추가 분담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계약서대로 진행하거나 양측 합의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어 분쟁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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