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한국형 터빈 수출을 기대하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1 10:47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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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3년 3월 4일은 국내 에너지산업에서 역사적인 날이다.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국산 표준 가스터빈의 최초 점화가 성공한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수년의 개발과정을 통해 270MW급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성한 데 이어 실증적으로 주기기로 발전소에 설치되어 시운전이 시작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자국화에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가스터빈은 과학기술의 최고 정점에 있는 소수의 몇 나라만이 생산이 가능하다. 항공기 제트엔진을 만들어 본 나라들만 이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터빈의 내부온도는 철의 용융점보다도 높게 올라간다. 이 때문에 단순 철제형 터빈만으로 구성할 수 없어 초고온에 견디는 합금 소재 개발 기술 과 내열형 실리콘 도포기술, 에어코팅 기술을 동시에 확보해야 가능한 매우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그래서 미국의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파워 등 3사가 전 세계 가스터빈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서 우리 기술로 진입하기 어려운 분야였다.

이번 한국서부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의 합작품인 김포열병합발전소가 약 1년의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우리도 천연가스 발전소에 가장 핵심적인 기기인 터빈 국산화가 완성돼 향후 탄소중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천연가스 발전은 석탄 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4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석탄 발전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브릿지 전원’으로 필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서 친 환경 청정재생에너지를 증가시키다 보면 부하패턴이 일정하지 않아 백업전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장 현실적인 부하추종이 가능한 발전소가 천연가스 발전소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28기의 석탄 발전소를 대체하여 신규 건설하도록 돼 있다. 향후 이러한 발전소 대체 과정에서 우리 자체 기술이 없다면 해외 주요 3개 업체에게 완전히 종속되고 대규모 자본을 해외 업체에 넘겨줄 수 밖에 없게된다. 더구나 그들은 과점체제이기 때문에 파는 입장인데도 데이터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협상불문’식으로 과도한 서비스 비용을 청구한다.

이렇듯 가스터빈 국산화는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산기술로 대체함으로써 수입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기술로 국내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가스터빈은 향후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가스터빈을 주기기로 공급하게 되면 주기기 업체는 노즐교체만으로 수소혼소 또는 수소전소 발전소로 진화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김포열병합발전소의 실증이 성공하여야만 탄소중립의 다음 단계 연료대체원인 수소터빈개발로 진일보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천연가스 발전소의 완전한 탄소중립을 위하여 수소를 혼소하는 것부터 전소가능 터빈까지 성공적으로 개발이 이뤄져 새로운 탄소중립의 시대에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전 세계 발전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이 우뚝 서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태양광의 밸류체인을 거의 중국이 독점하고 있고 풍력의 밸류체인의 가장 고부가 부품인 터빈이나 블레이드에 대한 기술력이 없어서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탄소중립을 재생에너지만으로 달성하는 것이 한국 경제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 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터빈의 국산화 성공은 혁신적인 일로 국가의 경제력 증대에 크게 기여 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터빈 기술이 1년 후에 실증적으로 성공해서 국내 전력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뉴스와 전 세계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하는 가스발전소와 수소발전소에 수출되어 한국 경제가 진일보하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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