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아파트 건설 현장서 중장비 전도
인근 원룸 덮쳐 주민 5명 대피하기도
적자 전환에 회사채 미매각 등 악재 多
‘신세계맨’ 정 신임 대표 행보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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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신세계건설이 시공하는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넘어진 천공 중장비가 인근 원룸 건물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원룸 건물이 크게 파손되고, 내부에 있던 주민 일부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신세계건설이 시공하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장비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세계건설의 현장 안전 관리 미흡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최근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데다 사업 영역도 축소하는 등 연이어 악재가 터지고 있어 최근 선임된 정두영 신임 대표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 넘어진 중장비, 인근 원룸 덮쳐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11시35분께 신세계건설이 시공을 맡은 울산 남구 신정동 ‘빌리브 리버런트’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항타기(지반을 뚫는 중장비)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37m 높이의 항타기가 넘어지면서 건너편 3개 건물을 덮쳤고 건물 안에 있던 주민 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장비가 넘어지면서 피해를 본 인근 건물 주민들은 현재 대체 숙소를 마련해 호텔로 이동한 상태다. 신세계건설 측은 이날 오전 국토교통부의 현장 점검이 끝나면 장비 해체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장비 해체가 완료되면 울산시가 선정한 업체를 통해 구조안전진단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신세계건설은 어제 사고 현장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과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며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하에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현장은 신세계건설이 자사 주거브랜드인 ‘빌리브’를 내세워 지하 3층~최고 29층, 4개동, 311가구 규모로 아파트를 짓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분양을 마치고 오는 2025년 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해왔다. 분양 당시 특별공급 180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지원하면서 미달됐고 일반공급 1·2순위 310가구 모집에도 128명만 몰리며 전 타입 미달된 바 있다.
◇ 국내 시공 순위 34위인데…안전성 불신 고조
이번 사고로 국내 시공 순위 34위인 신세계건설의 공사 현장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현장 관리 미흡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항타기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사고는 흔히 발생하진 않지만 무게가 수십 톤에 달하고 수직으로 길게 뻗어 있는 탓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사고 역시 이면도로 건너 원룸 건물로 항타기가 전도되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항타기는 길이가 길기 때문에 작업 시 옆으로 이동할 때나 지반 힘이 부족할 때 무게 중심을 잃고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현장에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 연이은 악재에 정 신임 대표 경영리더십 시험대
최근 신세계건설은 수익성 악화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사고의 후폭풍이 더 뼈아프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두영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된 지 일주일 만에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 대표는 실적 부진과 함께 브랜드 이미지 쇄신에 대한 고민도 떠안게 됐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3일 정두영 대표를 신임 수장으로 선임했다. 정 대표는 2011년부터 신세계건설 T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영업2담당, 공사총괄, 영업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직에 오른 ‘건설맨’이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 악화에 부채비율도 높은 등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4323억원에 영업손실 120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이에 수익성 제고를 위해 신세계그룹에서 운영하는 이마트와 스타필드 등 시설물 유지관리사업에서도 손을 뗀 상태다. 유지관리업이 원가 부담이 큰 분야인 탓에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진행한 회사채 발행에서도 흥행에 실패하며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 28일 2년물로 800억원에 대한 모집을 진행한 결과 100억원 매수 주문만 받으며 나머지 700억원은 매각이 불발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임 대표 선임 직후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정 대표가 현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해결할지를 두고 정 대표의 경영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