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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지난달 31일 서울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수장 공백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KT가 본격적인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까지는 약 5개월이 걸릴 예정이지만, KT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정상화시기를 앞당길 예정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현모 KT 대표를 비롯한 차기 대표이사 후보 및 사외이사들의 잇단 사퇴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KT가 지난달 31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 직전 현직 사외이사인 강충구·여은정·표현명 후보 3인은 모두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결국 KT 이사회에는 김용헌 사외이사 한 사람만 남게 됐다. 다만 사외이사 정족수를 3인 이상으로 두게 한 상법 규정에 따라 차기 이사회가 구성되기까지 강충구·여은정·표현명 3인은 대행 자격으로 이사회에는 참여하게 된다.
사실상 기존 이사회가 전면 해체되면서, 향후 여권 인사들이 KT 이사회를 장악하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KT주주모임 대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에 개인 주주들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라며 "비전문가 정치권 인사들이 KT 요직을 차지해 회사를 망치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에 추가된 ‘경영인 출신 통신전문가’라는 요건 외에도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방지할 수 있도록 KB국민은행 등의 사례를 참고해 정관변경을 해 달라"라며 "합당한 것들은 주주들의 성원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KB국민은행 주총에는 ‘최근 5년 이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회장) 선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이 올랐다가 부결됐다. 주총 이후 KT주주모임 대표는 "KB국민은행 주총에 올랐던 것보다 비슷한 맥락으로, 그보다는 조금 더 강한 요건을 내세워야한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주는 "KT의 주요 경영진들이 검찰에 불려가서 조사 받고 있지 않나"라며 "주주와 조합원들은 KT 대표로 ‘범죄 경력이 전혀 없는 자’를 원한다"고 했다. 이어 "통신 전문가, 나아가 통신 공공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자를 세워야 한다"라며 "더불어 KT 노동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 자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주총에 참석한 김미영 KT 새노조 위원장은 "그간의 이권 카르텔을 걷어내는 데 낙하산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라며 "완전 민영화가 된 사기업 KT에 낙하산 정치인이 ‘감 놔라 배추 놔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KT 측은 새 대표이사 선출까지 약 5개월가량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연 뒤,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확정되면 두 번째 임시 주총을 열어 차기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박종욱 KT 대표이사 직무대행 사장은 "비대위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