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자 조기 선정의 기대와 우려’ 보고서 발표
시공사 리스크 경감 조건 없이 내역입찰이나 턴키시 입찰경쟁 저하
現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 적용 시 제도개편 한계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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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사 조기 선정의 기대와 우려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첫 페이지 캡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내 모든 정비사업 구역의 시공자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후’로 앞당기기로 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선 시공사 조기 선정이 장점도 있으나 우려도 공존하고 있어 입체적 제도 보완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1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정비사업 시공자 조기 선정의 기대와 우려’ 보고서에 따르면 조기에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내역입찰을 진행할 시 새로운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본래 조합설립인가 직후 시공사를 선정하면 불필요한 설계나 인허가 변경, 사업비 대여가 가능해 사업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계약의 구속력을 가진 상세내역에 따른 공사비 증액 적정성 검토가 어려워지는 단점도 존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현재 서울시 외 지역에서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하고 있는데 시공사의 제안조건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설계 구체화 단계에서 공사비가 상당 폭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반면 현재 서울시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사업시행계획 인가 후’ 선정 시엔 시공사의 제안 조건의 유·불리를 비교하기 편하다.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상승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설계나 인허가 변경 초래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공사비 증액 협상 시기가 늦어지면 착공 후부터 심지어 입주시기까지도 분쟁이 이어질 수 있어 이를 서울시도 개편하는 것이다.
다만 시공사의 리스크가 지나치게 커져 유찰이 발생하거나 입찰 경쟁률이 대폭 낮아져 궁극적으로는 조합원들의 피해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
예로 향후 발표될 세부기준이 발주자(조합)가 개략적인 설계도서를 제시하면, 입찰자가 구체적인 설계도서와 계약적 구속력을 가진 상세내역서(내역입찰)를 제출토록 요구하는데 있다.
그러면 시공사는 △입찰시점~실제 착공시점 간 단가 괴리 △입찰 후 설계변경 시 물량 불확실성 △사업시행계획을 바탕으로 설계도서 마련 대비 많은 입찰비용 소요 등 3중의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이런 방식은 설계시공일괄(턴키) 방식을 포함한 공공공사의 기술형입찰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인정해주고 있고, 입찰 시 기술 또는 설계제안에 따른 설계보상금(공사예산의 1-2%)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정비사업보다는 리스크가 상당히 완화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급격한 건자재 물가 변동 등에 따라 입찰 시와 실 착공 시 시차에 따른 단가 격차로 인한 손해가 커져 대규모 유찰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이를 고려할 때 정비사업에서도 대규모 유찰이 발생하거나 경쟁 회피로 인한 단독입찰 구역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시공사 조기 선정에 따른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시공사 선정 시기 조정과 상세내역서 제출 요구만이 아닌, 정비계획부터 공사 발주방식과 계약내용 전반을 아우르는 입체적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첫 단추로, 정비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해 인허가 과정에서 높이, 용적률 변화 등 공사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발생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공사발주와 계약내용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만일 현재 서울시가 검토하고 있듯 사업 초기 단계에 시공사에게 구체적인 설계안과 계약적 구속력을 지닌 내역서 제출을 요구한다면, 시공사 간 경쟁 촉진을 통한 조합원들의 편익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설계보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입찰 이후 물가 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이 조정될 수 있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현재의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은 정비사업의 특성에 잘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며, 과도한 공사비 증액 위험을 낮추고 사업추진 속도를 향상하는 등 성공적인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새로운 발주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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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과 비교한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방식의 특징. |
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발주방식으로, 건산연은 CM at Risk(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이하 CM@R) 방식을 정비사업에 맞게 일부 수정하는 것을 제안했다.
CM@R 방식은 공사발주방식 중 하나로, 설계-시공 분리발주 방식과 일괄입찰(턴키)의 중간 단계 제도다. 아직 국내에서는 활발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으나 해외 건설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여기서는 건설엔지니어링 면허를 보유한 시공사가 시공 이전단계에 조기에 참여해 설계검토, 공사비 추정, 공법검토, 가치공학(Value Engineering) 등 프리콘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시공까지 함께 책임지고 수행하는 원스톱 서비스 방식이다.
해당 방식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성공적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조합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는 시공사의 프리콘 서비스(특히, 설계 품질 개선)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이유로 불필요한 설계변경 자주 발생하며 △과도한 공사비 증액 우려 큰 상황이고 △공사비 검증제도라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는 CM@R 방식을 정비사업에 적용할 시 어떻게 시공사 선정 조기화에 따른 장점을 극대화하면서도 단점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기술했다.
먼저 시공사가 설계 과정에는 조기 참여하기에 시공사 지원을 통해 시공성·상품성을 개선해 설계 완성도를 높여 불필요한 설계변경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어 시공사와 긴밀한 협업으로 설계 과정에 수시로 공사비를 추정해 발주자가 부담 가능한 공사비 선에서 최고가치 산출물 유도가 가능하다.
설계가 어느 정도 완성된 시점에 최대공사비 보증계약(Guaranteed Maximum Price, GMP)을 적용해 GMP 확정 후 초과하는 금액은 시공사가, 절감되는 비용은 시공사와 발주자가 나눠 갖는 구조로 추진된다.
끝으로 공사비 절감에 있어 기존방식 대비 발주자와 시공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공사비 내역이 공개되어 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