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리튬이온 vs.리튬 인산철 전기차 배터리 승자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4.19 10:25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전기차의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배터리 주도권 싸움도 날로 가열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배터리 패키지는 전기차 시대의 총아다. 특히 최근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를 내세우면서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에서 중국을 배제하면서 우리나라 배터리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자국 우선주의가 더 심화될 경우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국제간의 공정한 무역관행이 무너질 수 있는 만큼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의 가격 경쟁은 심화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의 주도권 경쟁은 소재에 따라 리튬 이온(NCM)과 리튬 인산철(LFP)이 힘겨루기 하는 양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격은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뛰어나고 배터리 리사이클링(다른 자원으로 재활용)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다는 이점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전고체 배터리가 빨라야 오는 2030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리튬이온 배터리의 독주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중국 시장에서 범용되고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기업인 CATL과 BYD 등 2개 중국기업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전기차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은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무게와 부피가 크다는 점에서 한계가 많다. 더 큰 문제는 리사이클링이 사실상 불가능해 환경을 중시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 선진국으로의 공급에는 제약이 크다.

앞의 두 가지 배터리는 상호 장단점이 교차하면서 주도권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CATL도 리튬 인산철 배터리의 한계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앞세워 선진국 전기차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기업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리튬 인산철 배터리도 에너지 밀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간 모듈 단계를 없앤 셀투팩(Cell to Pack)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공략에도 고삐를 조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국내 시장 수성, 중국 및 선진국시장 공략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우선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과 양산을 추진 중이다. SK온은 에너지저장장치(ESS)용인 리튬 인산철 배터리를 최근 열린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샘플용을 전시하며 전기차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경쟁력이다. 배터리 가격을 낮춰야 전기차 가격도 낮아지고 대중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미 상하이 공장에서 중국 중심의 일부 차종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20%까지 가격을 낮춘 전기차 보급에 나섰다. 이에 맞서 포드 등 경쟁사들도 전기차 가격을 8% 가량 낮췄다. 포드는 포드 전기차종 일부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CATL과 합작 공장 설립을 진행 중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도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세계적으로 범용 가능성이 작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리튬인산철 배터리 점유율은 20~30%에 머물 전망이다. 아직 리튬이온 배터리를 따라 갈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는 없다.

배터리 전쟁은 한·중·일 삼국지로 귀결된다. 그래도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배제하고 있고 일본 파나소닉은 기술이 뒤처져 현재로선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대한민국이 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도 관련 기술개발 투자와 공장설립 등을 통해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만만치가 않다.따라서 현재의 유리한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굳히기 위해 산·학·관·연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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