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보조금’ 고민 깊은 삼성·SK···中 공략법 변화 숙제도
현대차 ‘미국 공장 건설’ 속도···LG 등 이차전지는 수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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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은 6839억달러(약 909조원)다. 이 중 반도체가 1292억달러(약 171조원), 자동차·차부품·이차전지가 874억달러(약 116조원)였다. 전체 수출의 32% 가량을 ‘칩(Chip)·카(Car)’ 분야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기업별 실적을 봐도 한국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12월 결산 기준 코스피 상장사 604개(금융업 제외)의 작년 영업이익 총액은 159조4124억원이다. 이 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4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2.2%(67조2389억원)에 달한다.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칩카경쟁’ 구도 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계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법을 찾는 것이다. 그간 수출을 주무기로 삼고 주요 시장에 현지 투자를 하며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해왔지만 앞으로 ‘각자도생’ 시대에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SK의 경우 미국 반도체 보조금 신청 여부를 막판까지 저울질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생산 보조금(390억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69조50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지급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밀 정보 제출, 초과이익 환수 등 무리한 조항을 내걸고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 양사는 보조금 신청 의향서 제출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170억달러(약 22조5000억원)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150억달러(약 19조9000억원)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중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삼성·SK에게는 큰 부담이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삼는 메모리 반도체 최대 수요처다. 양사 모두 현지에 제조 공장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힘을 모아 대중 첨단 반도체 제재에 본격 나서는 것도 우리나라에게는 악재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오히려 반도체 설비 투자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 우리나라를 맹추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탓이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일정 수준 궤도에 오를 경우 앞서 디스플레이, 태양광 패널 등 산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가격 공세가 거셀 전망이다.
자동차는 IRA가 우선 고민이다. 당초 미국 기업 4곳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요건에서 탈락했지만 최근 폭스바겐이 리스트에 오르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아직 미국에서 전기차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GV70을 만들고 있긴 하지만 주력 라인업이 아닌데다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했다는 이유로 이번에 보조금 대상에서 빠졌다.
IRA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더라도 올해의 경우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시 3750달러를 각각 받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신공장 건설 일정을 앞당기고 진일보한 신차를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활로를 찾는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오는 2030년까지 8년간 국내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자해 전기차 판매 글로벌 3위권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전기차의 경우 미국 내 리스 시장 등을 노릴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성장하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전세계 ‘자국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엿보는 모습이다. 미국·유럽 등이 중국을 배제하고 전기차 산업을 키울 경우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선택지가 사실상 우리나라 기업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이 경쟁 상대이긴 하지만 생산 규모나 기술력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업체 상위 10곳 중 6곳은 중국 회사였다. 1위인 중국 CATL의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 27.5%, 출하량 기준 39.1%에 달했다. 2위는 LG엔솔로 매출액으로 12.3%, 출하량으로는 14.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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