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전기차 보조금 제외…국내 보조금 변화 목소리
"정부가 국내 전기차 산업에 도움되는 조건·환경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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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정부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국내 완성차 업계 위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기아 오토랜드광주 1공장 |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미국이 자국우선주의 기조 아래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전기차가 보조금을 못 받게 된 가운데, 우리 정부도 수입 전기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 정부도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국내 완성차 업계 위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 재무부는 17일(현지시간) ‘자국 우선주의’ 기조 하에 추진 중인 IRA 세부지침에 따른 보조금 지급대상 전기차 제조업체와 세액공제 조건 등을 공개했다. 미국은 IRA 법조항에서 최종적으로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결과적으로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는 16개(하위 모델 포함 22개) 대상 차종으로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 모두 미국 브랜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수입차 업체는 여전히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 해당된다. 환경부가 지난 2월에 발표한 ‘2023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사후관리(AS) 평가제도 도입으로 수입산 전기승용차 보조금은 최대 100만원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보조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전기차 위주의 개정안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 유럽처럼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긴 어렵다"면서도 "대신 국내 전기차 산업에 도움이 되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수입차 업계에 대한 보조금 요건을 구체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만 만들어야 한다’는 방식이 아니라 ‘조건을 맞추면 보조금을 준다’는 식으로 보조금 정책을 유도해야 한다"며 "또 수입차 업계가 전기차를 들여올 때 충전소를 보급하는 등 국내 산업에 대한 재투자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 대해선 보조금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국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인센티브를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방법도 있다"며 "결국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재투자를 유도하는 정부의 능동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계 위주로 보조금 지급이 지속될 경우, 수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기도 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세계에서 전기차 보조금은 전부 일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추세를 다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 원장은 정부가 국산 전기차 위주로 보조금 정책을 개편하는 데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국산 전기차 위주로 재편하면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kji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