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값 급등 ‘슈거플레이션’ 오나…식품업계 딜레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4.23 15:40

브라질 등 원당 산지 작황 부진에 설탕값 상승세
업계 "사태 장기화 시 가격조정 불가피" 한목소리
정부 "하반기 수급 개선…장기화 대비 방안 준비"

설탕_연합

▲지난 21일 오전 서울의 한 마트에 진열된 설탕 모습.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설탕 국제가격이 크게 올라 가뜩이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식품 물가를 자극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촉박시키는 ‘슈가플레이션(Sugar+Inflation)’로 이어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지난해 글로벌 곡물가격 상승과 제반 제조 인프라 경비 증가로 1∼2차례 가격인상을 취했던 국내 식품업계는 설탕가격 부담이 가중될 경우 또다시 가격인상 카드를 꺼낼 지 고민에 빠져있다.

다만, 연속 가격인상의 소비자 거부감과 정부의 강한 물가통제 정책을 의식해 식품사들은 눈치를 봐야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 기후 악화 브라질·印·泰 등 설탕원료산지 생산 줄어 국제가격 ‘고공행진’

23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평균 79.5였던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오름세를 보이면서 2021년 109.3, 지난해 114.5로 급등했다. 올 들어 지난달에는 127.0으로 지난 1월(116.8) 보다 9% 가량 상승했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나타낸 수치다.

이는 기후 악화에 브라질·인도·태국 등 설탕 원료인 원당 산지에서 생산량이 줄어든 결과로, 설탕 시세 상승으로 연결되면서 최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설탕 5월 선물가격만 해도 t당 702.5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700달러 선을 돌파한 것이다.

국제 설탕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국내 제당업계와 식품업계는 경계 태세를 갖춘 상황이다.

원당을 수입한 뒤 정제해 되파는 제당업계는 최소 6개월 분의 재고를 확보해 둔 상태로 당장에 부담은 덜하지만, 하반기까지 높은 시세가 유지되면 B2B(기업 간 거래) 등으로 납품하는 설탕 판매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로 국내 제당사로부터 설탕을 수매해 사용하는 식품업계도 원가 부담에 힘들어하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대개 설탕 재료는 국내 제조사로부터 전량 구매하는 형태로 보통 몇 개월이나 길게는 연 단위로 미리 비축해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 예민한 시기인 만큼 제당사의 공급가격 상승 시 회사가 어느 정도 감안하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제품 소비자가격도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며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설탕가격지수
◇ 곡물수요 80% 수입 의존 한국 취약, 제반 생산비용까지 올라…결국 소비자 피해로

문제는 올 하반기 인도와 태국, 브라질 등 주요 수출국의 생산량 감소와 함께 식량 보호주의 기조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수급 불안정에 따른 물가인상 압박을 키우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인도는 기상 악화 탓에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9월까지 설탕 생산량 추정치를 종전보다 3% 낮췄다. 당초 올해 양호한 기상 조건으로 풍작이 예상됐던 브라질도 이달부터 중남부 지역 중심으로 사탕수수 수확에 돌입할 예상이었으나 폭우 등 기후 문제로 다소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료 수입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특성상 해외 공급과 가격의 영향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원당을 포함해 전체 곡물 수요량의 80% 가량을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인건비와 전기·가스비 등 각종 제반 비용 부담이 올라간 상황에서 설탕 제조사가 주 원료인 원당마저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하지 못한다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란 업계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인도와 태국 등 원당 산지 공급상황이 좋지 못해 공급가가 높게 형성 됐지만, 하반기에 브라질 등 남반구 중심으로 공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해외 원당 수급 동향과 관련해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업계와 논의해 대응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inaho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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