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나란히 조(兆) 단위 적자
메모리 감산 통한 재고 조정으로 하반기 반등 기대…AI 반도체 수요 증가
삼성전자, 역대 최대 R&D 비용 지출…양사, 미래 위한 투자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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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수요 절벽과 가격 폭락, 미·중 반도체 분쟁 등의 이유로 깊은 어둠 속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14년 만에 적자를 냈고, SK하이닉스는 3조4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DS)부문이 올해 1분기 매출 13조7300억원, 영업손실 4조5800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TV 등 주요 응용처의 수요 부진에 따라 주요 제품의 수요가 급감해 실적이 하락했고 파운드리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을 피해가지 못했다.
전날 잠정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2조8639억원) 대비 크게 떨어져 3조402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4분기 1조89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은(DDR4 8GB 2133기준) 지난해 3월 3.41달러에서 올해 3월 1.81달러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도 4.81달러에서 3.93달러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감산에 들어간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감산을 시작했고 삼성전자도 지난 7일 잠정 실적 발표 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외부기관 전망과 같이 상반기 내 고객사 재고조정이 진행되면서 하반기에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며 "당사는 수요 성장을 이끄는 선단제품 생산은 조정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로 인한 AI반도체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 22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였던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 553억달러(약 69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2026년에는 AI 반도체 시장이 861억달러(약 10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21년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고대역폭 프로세싱인 메모리(HBM-PIM)’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기존 대비 메모리 용량을 4배 높인 512GB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D램을 선보였다. 하반기에는 데이터저장 용량을 높인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P)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챗GPT 등 AI용 고성능 서버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고용량 메모리를 채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점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서버용 DDR5, HBM과 같은 고성능 D램, 176단 낸드 기반의 SSD, 멀티칩 패키지(uMCP) 제품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해 매출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불황 속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시설투자로 10조7000억원으로 1분기 최대치를 기록했고, 연구개발(R&D)비도 6조5800억원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전체 매출액의 7.2%에 해당하는 4조9053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D램 가격이 2분기에 곧바로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첨단산업에서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반기 반도체 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gore@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