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민주 선거 노린 패스트트랙을 ‘또’...김건희 특검 이번엔 ‘다수의 악몽’ 피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4.27 19:10
특별공연 관람하는 김건희 여사와 질 바이든 여사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특별공연을 관람하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연합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쟁점 안건에 대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또다시 추진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선거를 앞둔 쟁점화 양상이 지난 20대 국회 후반 패스트트랙과 똑 닮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른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은 반대 토론 뒤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 표결에 불참했다.

특검법의 정식 명칭은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 진상규명 특검 법안’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검 법안’이다.

해당 법안에 대한 무기명 수기 투표 결과, 두 법안 모두 183명 표결 참여에 50억 클럽 특검법 찬성 183명, 김 여사 특검법 찬성 182명, 반대 1명으로 통과됐다.

이날 두 특검법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서 두 특검법은 늦어도 12월 말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 심사는 국회 소관 상임위(최대 180일)와 본회의 숙려기간(최대 60일)을 거쳐 최장 240일(8개월)이 소요된다.

원래 패스트트랙 법안은 본회의 자동 상정까지 상임위(180일), 법제사법위(90일), 본회의 숙려기간(60일) 등 330일가량이 걸린다. 그러나 두 특검법은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라 법사위 계류 기간(90일)이 생략되는 셈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일단 ‘정의당 안(案)’으로 쌍특검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검 추천권, 수사 범위 등 법안 내용 수정은 본회의 숙려기간에도 가능하다.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 타이밍은 내년 4월 총선 직전 양 특검이 공식 출범해 활동하게 하는 일정이다. 여권에 불리한 이슈를 정국 최대 현안으로 띄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법안 내용이 수정 가능한 만큼,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서도 치열한 협상이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제 개편과 선거 스케쥴에 맞춰 패스트트랙을 활용했던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정의당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지난 2019년 12월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소수야당들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반대를 누르고 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 상정시킨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강행 통과시켰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 위성정당에 막혀 오히려 기존 제도 보다 소수당에 더 큰 불이익을 줬다.

실제 정의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를 크게 끌어올려 10%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의석을 1석도 늘리지 못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당 득표에서 2위를 기록했음에도 이른바 ‘매직스틱’으로 불리는 180석 기준을 달성해 최대 수혜자가 됐다.

공수처법을 근거로 설치된 공수처 역시 민주당 전·현직 대표 대장동·돈봉투 의혹을 비롯해 이번에 특검법안으로 오른 50억 클럽·김 여사 의혹까지, 굵직한 고위공직자 관련 수사에서 사실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법과 마찬가지로 애초 입법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대통령 거부권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쌍특검 법안이 연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만일 거부권 행사 시기와 맞물려 대장동·돈봉투 의혹 관련자들 가운데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패스트트랙 자체에도 ‘역풍’이 불 수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지난 20대 국회 때 사실상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을 맞바꿨다고 해석된 것처럼, 이번 특검 역시 민주당 사법리스크와 정의당 선거제 개편 요구가 거래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통과된 50억 클럽 특검법과 관련 "정의구현이라는 미명 아래 대장동 사건 피고인인 이 대표의 방탄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부대표는 다만 양 특검법과 관련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지 묻는 말에는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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