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 |
3일 업계에 따르면 역대급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공사의 독점 송전망 사업 관련 민간의 참여 없이는 전력 수급 발등의 불인 송전망 대폭 확충이 쉽지 않다. 특히 이달 중 발표 예정인 정부의 제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이하 10차 계획·계획기간 2022∼2036년)의 실현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최근 10차 계획에 민간의 송전망 확충사업 참여를 핵심으로 반영한 것도 이같은 고민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송전망 부족사태 해결은 민간 참여와 함께 현재 국회에 계류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안의 처리, 한전의 적자 해소 및 투자여력 확보 등에 달려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10차 계획에는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을 진입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전력계통영향평가’가 담겨 있는데 분산에너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그런데도 해당 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쟁점 사항인 지역차등요금제, 분산에너지설치의무화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5월 통과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발전원인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소, 호남의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원들의 송전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 설비를 갖추고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거나 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력 수급 사정이 빠듯한 상황에선 이런 현상이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송전 차질은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수요지로 보내는 전력망이 제대로 깔리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한다. 발전소의 신규 건설과 증설 등으로 늘어나는 전력 생산량에 맞춰 송전망 확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규모 신규 발전소들이 줄줄이 준공·가동한다는 점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송전망 확충은 정부가 신규 발전소 건설 방침을 세우는 단계에서 이미 계획을 마련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수년째 허송세월한 대가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바뀌었지만 이제는 주민 반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송전망 사업자인 한전이 비상한 각오로 송전망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송변전설비를 적기에 안정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하고, 설비 준공 지연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3년 뒤인 2020년 9차 계획에서는 돌연 입장을 변경, 동해안 신규송전선로 준공시기를 당초 2021년 12월 내지 2022년 12월에서 2025년 6월 내지 2026년 6월로 연기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전면 재검토하고 동해-수도권 전력망 확충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설비가 늘어나면 당연히 송전설비도 늘어나야 한다"며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합리적인 보상 없이 송전설비 건설을 환영할 이유가 없고, 한전 차원에서도 강행할 도리가 없다. 결국 정부에서 나서 해결해야 하는데 여야 모두 이같은 논의는 지지부진하다"고 꼬집었다.
10차 계획 수립에 참여한 관계자는 "이번 계획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설비와 신규 원전, 데이터센터 등의 확대에 따른 수도권 송전 부담 완화를 위해 전력계통영향 평가를 통한 수요처 분산이 필수"라며 "국회에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 통과나 다른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해줘야 한다. 또 한전의 적자를 고려해 민간에서도 송전설비 건설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