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트렌드] ‘9월 상장 데드라인’ 11번가, 지분매각이냐 IPO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02 17:27

상장예심 청구 않고 "결정된 사항 없다" 입장 되풀이



‘IPO 오리무중’에 지분매각·상장연기 불확실성 키워



작년 영업손실 2배 확대 재무개선·비용절감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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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1번가 서울스퀘어 사옥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하형일 사장(왼쪽)과 안정은 사장이 올해 11번가 2.0의 본격적 실행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11번가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올해 상장 계획을 밝힌 11번가가 지난 1분기(1∼3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은데다 지분매각설까지 흘러나오면서 ‘11번가 상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연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려면 이달까지 상장 예심에 나서야 함에도 11번가가 아직도 상장 예심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상장 예심 청구 계획과 관련해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시장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상장을 연기할 지, 중단할 지 정해진 게 없다는 점에서 11번가 IPO 향방이 오리무중에 빠진 게 아니냐고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SK플랫닛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조달하는 조건으로 ‘5년 이내 IPO’를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투자금에 8% 수익을 붙여 돌려줘야 한다. 따라서, 11번가는 오는 9월까지 상장을 마쳐야한다.

그럼에도 11번가는 여전히 IPO 계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침체 여파로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이 연내 상장 계획을 철회했던 터라 11번가 역시 높은 기업 가치를 받기 어려운 투자 환경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장 계획이 안개 속에 갇히는 바람에 지분 매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11번가의 최대주주(80.26%)인 SK스퀘어는 최근 보유 중이던 SK쉴더스 지분(63.1%) 중 29%(약 8646억원)를 EQT파트너스에 매각했다. 당시 SK스퀘어는 다른 자회사들의 지분도 매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며 재무적투자자(FI)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최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11번가가 투자자들과 IPO를 연기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내 상장 가능성은 더욱 불확실해지고 있다.

문제는 증시 침체 환경을 떠나 11번가가 영업손실이 지난해 2배가량 늘면서 수익성 개선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11번가는 지난해 연간 누적 영업손실이 1515억원으로 전년(694억원) 대비 약 2배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사정이 급박해진 11번가는 올해 비용 효율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제조사 물류공간을 같이 쓰는 ‘벤더플렉스(Vendor Flex, VF)’ 운영하고 있다. 11번가는 익일배송하는 직매입 서비스 ‘슈팅배송’ 상품을 서비스 하고 있으며, 제조사·판매자의 물류 공간을 활용해 11번가 주문에 대응하는 별도 공간을 확보했다. 현재 광주와 대전 지역에서 3개사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해당 제조사는 매일유업(음료)과 미래생활·쌍용씨앤비(화장지·티슈)다.

또한, 지역 신선식품 판매자의 물류 공간을 활용하는 로컬푸드 신선제품 센터 LFFC(Local Food Fresh Center)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검증된 생산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품질이 보장된 프리미엄 식재료를 배송해 주는 직거래장터 개념의 ‘신선밥상’ 서비스(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산지프레시센터(LFFC)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MD(상품기획자)가 산지에 프레시센터를 보유한 20여개 파트너사를 확보, 상품별로 주문 마감시간 이전 주문 상품은 당일 발송해 다음날 받을 수 있고, 주문 후 수확(생산)해 고객이 원하는 일자에 지정일 발송도 가능하다.

현재 ‘일류농사꾼’, ‘오케이목장’, ‘훈훈수산’ 등 산지에 프레시센터를 보유한 20여개 파트너사와 협업해 600여 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파트너사는 지속 확대 중으로 연내 판매상품을 1700여 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11번가는 빅데이터를 통해 예측한 고객 수요를 바탕으로 현 확보된 인프라의 최대치를 활용하고 있다. 성장 속도에 맞춰 수요 증가에 따른 필요한 규모만큼만 추가 임대 방식으로 점진적 사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11번가는 "합리적 비용 통제로 비용 자체를 최소화하거나 필수 비용 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해 물류 부분 전략을 차별화했다"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물류 인프라를 먼저 확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통허브의 역할을 하는 ‘오픈마켓’ 특유의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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