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발전(CHPS)·LNG 용량시장, 결국 내년으로…에너지업계 혼란 불가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29 11:28

청정수소입찰 전격 취소, LNG용량시장 입찰도 해 넘겨
12차 전기본 수립 방향과 함께 입찰 여부, 방향성 다시 논의될 가능성 커져
기후부 무탄소 전환 정책 의지에 따라 당초 화석연료 탄소저감 수단에서 완전 배제될 수도
입찰 준비하던 공공·민간 발전사·기자재업체 투자 판단 미루거나 사업 구조 다시 짜야


CHPS·LNG 용량시장 연기, 정책 변화 핵심 정리

CHPS·LNG 용량시장 연기, 정책 변화 핵심 정리


올해 예정됐던 청정수소발전입찰제도(CHPS)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설비 용량시장 입찰이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으며, 내년에도 개설될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무탄소 전원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제도 설계 자체가 재검토 국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여전히 업계에 향후 입찰 방향과 일정을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국정감사 기간 중 올해 추진 예정이던 CHPS 입찰을 전격 취소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라, 입찰 구조 전반을 다시 짜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김 장관이 공개적으로 무탄소 전원 기반의 그린수소·핑크수소를 강조한 점을 감안하면, 당초 CHPS에서 일정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LNG 기반 수소혼소발전은 상당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LNG 발전사들이 준비해 온 혼소 기반 사업 모델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졌다.


이는 수소발전 정책이 '시장 조성'에서 '전원 선택'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CHPS는 수소 산업 생태계 형성과 투자 유인을 위해 비교적 폭넓은 기술 스펙트럼을 허용하는 방향이었지만, 이번 입찰 취소는 정부가 수소발전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규정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수소를 LNG의 연장선이 아닌, 재생에너지·원전과 결합한 무탄소 전원의 핵심 축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의미다.



CHPS뿐 아니라 LNG 용량시장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신규 LNG 발전은 물론, 열병합발전(CHP) 등을 포함한 LNG 사용 발전설비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올해 1.4기가와트(GW) 규모의 'LNG 용량시장' 입찰을 시행할 계획이었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입찰 공고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재로서는 이 역시 내년으로 이월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LNG용량시장을 개설해 신규 LNG 사용 발전설비를 대상으로 한 입찰을 실시했다. 개설의 배경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중립 등 목표 달성을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 발전소 진입을 적정 설비 규모로 통제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신규 발전기를 전력시장에 질서 있게 진입시키기 위한 취지다.


정부 안팎에서는 CHPS와 LNG 용량시장 모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12차 전기본)의 방향성이 확정된 이후에야 구체적인 입찰 방식과 물량이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기본에서 무탄소 전원 확대와 LNG 역할 축소 기조가 어느 수준으로 정리되느냐에 따라, 입찰 제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CHPS와 LNG 용량시장을 전제로 신규발전소 건설이나 노후발전소 개체 등 사업계획을 수립해온 공공, 민간발전사와 기자재 업체들은 투자 판단을 미루거나 사업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입찰 취소와 연기 자체보다, 언제 어떤 기준으로 다시 시작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기후부는 12차 전기본의 본격적 수립을 앞두고 30일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1차 토론회'를 개최, '2050년 에너지수요 전망', '탄소중립과 석탄발전 전환방향' 등 주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CHPS와 LNG 용량시장도 내년으로 넘어가며 12차 전기본과 함께 방향성이 재정립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그 과정에서 무탄소 전원 중심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경우, LNG를 축으로 한 과도기적 전원 역할은 예상보다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책 전환의 속도와 설계 방식이 향후 에너지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결국 이번 CHPS 입찰 취소는 '언제 다시 하느냐'보다 '무엇을 허용할 것이냐'를 다시 묻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정책 전환의 방향이 빠르게 제시되지 않을 경우, 수소·LNG 발전을 둘러싼 투자 불확실성과 업계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은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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