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통합기획 발표한 압구정서 연이은 신고가 ‘행진’
명확한 단점에도 수요자들이 사업성 있다고 판단한 것
전문가 "빠른 재건축으로 인한 위험 감소 가격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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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 빠른 재건축 행보로 인해 상승 거래가 일어나고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전경.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도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자 압구정동, 대치동 등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 상승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세훈표 재건축사업인 ‘신속통합기획’에 올라 탄 압구정동의 상승 기세가 매섭다. 국내외 금융 당국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은행이 두 차례 연달아 기준금리를 동결한 영향도 크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점도 올 초부터 강남권 반등의 단초를 마련했다.
3일 아파트 실거래가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4차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3월 24일 직전거래(30억원)에 비해 5억원가량 상승한 34억9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도 신고가 행진은 이어졌다.
신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82㎡는 지난 3월 18일 60억8000만원에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신고가를 썼다. 이는 같은 달 3일 일어났던 직전거래(58억원) 이후 보름 만에 3억원가량 상승한 것이어서 수요자들 사이에 놀라움을 자아냈다. 같은 단지 전용면적 183㎡ 또한 지난 3월 27일 60억원에 거래를 체결하면서 직전거래 이후 7일 만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 빠른 사업 속도 보이며 상승 거래 이어져
이 같은 신고가 및 상승 거래 현상은 서울시가 재건축 관련 기준을 완화하고 제도를 개선하면서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25~26일 압구정 2~5구역 주민을 대상으로 ‘압구정아파트지구 신속통합기획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초안을 공개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부촌이자 서울 ‘재건축 최대어’ 중 하나인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밑그림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재건축 시 아파트를 최고 50층 내외로 올릴 수 있게 되며 가구 수 또한 급증해 1만가구 이상의 미니 신도시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해당 지역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정비사업 기간이 대폭 줄어 올해 하반기 지구단위계획 및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2025년 분양을 신청해 2030년 입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16일 강남구는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 거래 시 미리 관할 지역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만 땅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로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허용돼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압구정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내년 4월 26일까지 1년 연장시켰다.
이후 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갔으며 이로 인한 불안감은 오는 6월 22일 기간이 종료되는 강남구 청담동, 삼성동,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까지 확산됐다. 이들은 재산권 침해, 인근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나갔다.
◇ 명확한 단점에도 빠른 사업 전개로 리스크 ↓
하지만 최근 강남구 압구정 2~5구역, 대치동 ‘미도아파트’ 등이 ‘35층 높이 제한’ 폐지가 적용된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재건축을 확정하고 안전진단 기준 또한 완화되자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되살아났다.
재건축 분위기로 인한 상승 거래는 지난해 11월 강남권 최초로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면서 최고 50층, 3800여 가구의 대단지로 변모할 미도아파트에서도 이어졌다.
미도아파트 전용면적 126㎡는 지난달 24일 33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같은 달 1일 이뤄졌던 직전거래(31억원)에 비해 2억5000만원 급등세를 연출했다.
이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일부 강남권 지역들의 명확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빠른 재건축 사업이 예상되자 수요자들이 높은 투자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압구정동, 대치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지역의 빠른 재건축 진행 과정이 상승 거래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시사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건축 사업 진행 과정 및 절차가 발표된다는 것은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효과를 준다"며 "빠른 사업 진행 속도로 리스크가 줄어든 것이 반영돼 상승 거래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역을 개발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실수요자만 진입이 가능하다"며 "이로 인해 발생한 희소성 또한 신고가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