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조원 규모 재생E 인증서 시장 개편 1년 남았는데 벌써부터 '물밑전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07 13:27

태양광·풍력 등 업계, REC 가중치 높이거나 유지하려는 여론전 치열



재생에너지 속도조절 선언 尹 정부 첫 개편으로 대대적인 변화 예고



사업자 수익과 직결된 가중치 놓고 전원별 서로 빼앗기 싸움 뜨거워

clip20230504145723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모습. 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재생에너지 업계가 한 해 거래액 4조원 규모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시장의 개편을 1년여 앞두고 벌써부터 물밑작업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각 전원별 장점을 강조하며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한 대관업무와 언론 홍보를 통해 여론전에 나섰다.

내년 7월쯤으로 예상되는 이번 REC 시장 개편은 재생에너지 속도조절 등 에너지정책의 대대적인 기조변화를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이뤄진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이익단체별 목소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내년 4.10 총선까지 앞두고 있다. REC 시장 개편은 총선 직후에 이뤄지지만 업계는 총선에 앞서 전원별로 자신들의 이해를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이에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전원별 경쟁이 뜨겁다.

REC 가중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받는다고 보는 전원측은 기존 가중치 사수를 위해 총력전에 나선 반면 낮게 받는 것으로 판단하는 전원측은 가중치 상향을 목표로 분주하게 뛰고 있다.

7일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있을 REC 가중치 개편을 앞두고 협회를 중심으로 전원 산업별 대응에 나섰다.

3년 주기로 이뤄지는 REC 시장 개편은 신재생에너지 전원별로 같은 전력을 생산하고도 받을 수 있는 REC 발급량에 차등을 두는 가중치의 조정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과 직결된다.

REC 시장은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한 만큼 발급받은 REC를 거래하는 시장으로 하나의 큰 파이를 재생에너지원별로 나눠서 먹는 구조다. 정부 개편 방향에 따라 누가 더 많은 몫을 가져갈지 달라질 수 있다.

clip20230504151439

▲지난 2021년 REC 가중치 개편 내용. 산업통상자원부


◇ 재생에너지 업계별로 REC 가중치 높이거나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REC 가중치가 높을수록 재생에너지 전력판매가격도 비싸진다. 기본 REC 가중치 1.0에서 0.1만 올라가도 REC 수입이 10% 늘어난다.

재생에너지 업계는 자신의 REC 가중치를 높이거나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하려 한다.

대규모 해상풍력같이 설치비용이 비싼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경제성 확보를 위해 REC 가중치를 높게 반영해준다.

산업단지 태양광 등에 대해 REC 가중치를 높게 쳐줄 수도 있다.

RE100(기업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확산 등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전원에 대해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업계는 산업단지 건물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설비의 REC 가중치 상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영농형태양광과 건축물일체형태양광(BIPV)의 REC 가중치를 새로 만들어줄 것도 요구한다.

현재 건축물에 설치하는 태양광의 REC 가중치는 기본 가중치 1.0보다 0.5 높은 1.5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산업단지 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현황과 과제 토론회’에서 "산업단지 내에 태양광을 설치 시 REC 가중치를 추가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풍력업계는 REC 가중치 사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상풍력은 REC 가중치 개편에 앞서 정부 정책의 변경으로 REC 가중치가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당초 풍력발전 사업에서 국산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면 REC 가중치를 추가 부여키로 했던 방침을 지난달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풍력산업협회는 반발했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정부에 추가 REC 가중치 폐지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REC 가중치의 대대적인 개편은 3년 주기로 하지만 정부가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바이오매스업계는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 REC 가중치를 높이거나 유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란 사용가치가 없는 원목이나 버려진 잔가지로 연료를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특히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의 경우 산림청이 화석연료를 대신할 연료라며 관련 자료까지 만들어 적극 홍보를 펼치고 있다.

산림청과 산림바이오매스협회는 지난 2021년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의 REC 가중치 상향 조정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REC 가중치 상향에 실패했다.

◇ "REC 가중치 개편 내년 총선이 변수로 작용할 듯"

재생에너지 업계가 REC 가중치에 민감한 이유는 발전수익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과 함께 REC를 판매해 전력판매수익을 올린다. 최근 REC 현물시장 가격은 1REC당 약 7만원으로 같은 기준 전력도매가격 약 15만원에 절반 정도다.

REC 가중치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량에 얼마나 REC를 발급해줄지 정하는 기준점이다.

예컨대 REC 가중치가 1이면 재생에너지 전력을 1MWh 생산하면 REC를 1개 받고 REC 가중치가 2이면 같은 1MWh의 전력을 생산해도 REC를 2개 받는다.

REC 판매수익이 두 배 늘어나는 효과다.

게다가 REC는 한 해에 발급되는 양이 정해졌다. 올해 정해진 REC 총 발급량은 8541만9055REC로 태양광이 REC를 많이 가져가면 그만큼 풍력이나 바이오매스에서 가져갈 REC양은 줄게 된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REC는 설비용량 500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 따라 구매해준다.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이 REC를 구매해 들어간 비용은 전기요금의 기후환경요금으로 국민에게 청구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요금에 청구된 REC 구매비용은 총 4조2980억원이다.

산업부는 REC 가중치를 3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설치비용이 낮아졌다고 판단하면 REC 가중치를 낮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전력판매가격을 함께 낮출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관리 및 운영지침 7조에 따르면 "장관은 3년마다 기술개발 수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목표, 운영 실적과 그 밖의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해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재검토한다"고 명시돼있다.

REC 가중치 개편은 지난 2015년과 2018년, 2021년 3차례 진행됐다.

REC 가중치 개편은 내년 4월에 열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REC 가중치 개편도 7월에 진행됐다.

총선 결과에 따라 REC 가중치 개편안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됐다.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인 야당이 총선에 승리해 재생에너지 업계에 힘을 실어주면 정부는 REC 가중치를 낮추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REC 가중치 개편 당시 건축물 태양광 REC 가중치를 1.5에서 1.2로 낮추려고 했으나 태양광 업계와 환경단체, 당시 여당인 민주당의 반발로 낮추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익명을 요청한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REC 가중치 개편은 내년 총선 이후에 진행될 것"이라며 "총선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결과에 따라 재생에너지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밝혔다.


wonhee4544@ekn.kr
이원희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