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가능성 대비...충당금 1년새 141%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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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4대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을 1조7000억원 넘게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한 행보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총 1조7334억원이었다. 이는 작년 1분기(7194억원) 대비 141% 증가한 수치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지주가 6682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1년 전(1458억원)보다 358% 늘었다. 신한금융지주의 충당금은 작년 1분기 243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610억원으로 약 90% 늘었다. 하나금융은 1년 전보다 108.5% 증가한 3432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우리금융지주의 충당금은 1분기 261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7.4% 늘었다.
이처럼 4대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에도 대내외 경제 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를 유지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권 전반에 걸쳐 신용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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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각사) |
특히나 국내 금융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금융시스템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부문의 신용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이것이 여타 부문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지역은행들의 잇따른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신뢰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점도 국내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3월부터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파산했으며 최근에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은행 팩웨스트 뱅코프(이하 팩웨스트)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중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미국 역사상 파산한 은행 중 2번째로 큰 규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 은행들의 보유 채권 가치를 떨어뜨려 재무구조를 악화시켰고, 불안을 느낀 예금주들이 중소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몰려가는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사태)을 촉발시켰다는 진단이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들은 지역은행인 만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은행의 신용 경색 사태가 직접적으로 국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간접적으로는 신흥국인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다만 국내 은행들은 미국 은행 파산보다는 PF 부실 등에 더욱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들은 주로 지역은행들로, 국내 금융지주사 및 시중은행과는 결이 다르다"며 "국내 은행들은 향후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올해 1분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