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美 4월 CPI 예상치 밑돌았는데
뉴욕증시 혼조 속 마감
여전한 인플레이션 부담
은행 불안에 미 부채협상 결렬 '악재'
코스피도 상승 출발 후 하락 마감
"금리 동결은 선반영, 다른 호재 필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사진=EPA/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국내 증시는 약세로 마감했다. 오는 6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미 부채한도 협상 미진, 은행 불안 등이 투자심리를 가로막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 지수도 상승 출발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이어지며 결국 하락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꾸준한 인플레이션 둔화 사인과 함께 미국 은행권 부채한도 협상 타결, 반도체 업황 개선 등 뚜렷한 호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미국의 4월 CPI는 작년 동기 대비 4.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월 CPI 상승률 및 월가 전망치인 5.0%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순조롭게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1년 4월의 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이에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 동결 및 연내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이미 이달 연준 회의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한 가이던스를 폐기했고, 은행 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이 이상의 금리 인상은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2.7%로 점치고 있다. 이는 CPI 발표 직전인 지난 10일(85.8%)에 비해 7%포인트가량 증가한 수치다.
단 본격적으로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키우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4% 올라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 연준 기대치(2% 수준)를 크게 웃도는 점도 부정적으로 평가된다. 또한 전날 미 의회에서의 부채한도 협상이 결렬돼, 미국의 채무불이행 경고등이 켜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발 은행 불안도 아직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간밤 뉴욕 3대 증시도 기대와 달리 혼조세로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개장 직후 상승 출발했지만, 미 의회 부채협상이 결렬되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결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4%)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0.45%)가 강보합으로 마감했고, 은행주가 다수 포함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09%로 하락했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4월 CPI가 전년 대비 예상 하회했지만 인플레이션 둔화세 지연 우려는 상존하고 있다"며 "국채금리 급락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상승했으나 대형 은행주 하락하며 다우지수는 소폭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 주가 추이. 출처=네이버증권 |
뉴욕 증시에 가해진 부담은 국내 증시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5.51(0.22%)포인트 내린 2491.00에 약보합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개장 초기에는 전일 대비 11.10포인트 오른 2507.61로 시작해 오전 중 2510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상승폭을 좁히며 오후에는 하락 반전했다.
이날 코스피 약세를 이끈 것은 외국인 투자자였다. 외국인은 기관 투자자와 함께 오전까지 순매수세를 보이며 코스피 상승세를 이끌었으나, 오후부터 순매도로 돌아섰다가 막판에 다시 매수를 끌어올렸다. 인플레이션 부담 등 여러 악재가 부각되며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이 원인으로 해석된다. 원·달러 환율도 전일 대비 5.50원 오른 1327.50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투심을 억제했다.
국내 주요 산업인 반도체 업종의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인 점도 악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 낙폭이 커지면서 업황 반등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등 최근 시장교란행위에 의한 논란이 지속되며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도 약해졌다. 결국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기관 및 외국인이 각각 845억원과 3억원을 사들였고, 개인(846억원)이 팔자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금리인상 종결 기대감이 연초부터 충분히 주가에 반영돼, CPI 결과가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부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미 부채한도 협상이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되고, 기준금리 인하 조짐이 뚜렷해야 하반기 증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작년 하반기 이후로 2500대에서 천장을 뚫지 못하고 있다"며 "금리 동결 등 호재가 이미 주가에 많이 반영됐으며, 당장 미국 부채한도 협상이 잘 타결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변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연준은 인플레가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수개월간 꾸준히 핵심 CPI 인플레가 하락하는 것을 확인해야 연준의 스탠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