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급전’ 마련…부동산 매각으로는 어렵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27 15:23

롯데칠성 서초부지, 용도변경·인허가 절차로 난항

롯데타워·소공동 호텔 등은 그룹의 상징성 걸림돌

비핵심자산도 시장상황 악화로 매수자 물색 기대난

롯데그룹 로고

▲롯데그룹 로고

최근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과 관련해 롯데칠성음료의 서초동 부지 매각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부동산 업계와 금융권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동화 자체도 쉽지 않은 데다가 위기해결을 위해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서초 부지, 2조원대 기대에도 현실은 '산 넘어 산'

27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칠성음료가 보유한 서초동 부지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서초역 사이에 위치한 4만2312㎡ 규모의 땅으로, 현재 물류창고와 영업소로 활용되고 있다.


해당 부지의 장부가액은 4000억원 수준이나, 실제 시장가치는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침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은 약 2조원대로 추산된다. 해당 부지를 유동화할 경우 해결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현장에 다녀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해당 부지를 활용하리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해당 부지 활용을 통한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 해결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이 부지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시의 조시계획조례에 따라 해당부지의 용적률을 끌어올려 매각가를 높이려면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야 한다.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서울시와 사전협상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기부채납 비율 협의 등 복잡한 행정절차도 거쳐야 한다.


여기에 지난 2022년 6월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특별계획구역3'으로 지정하면서, 롯데칠성은 이미 2026년까지 세부 개발계획을 제출하기로 서울시와 협의한 상태다. 서초구청의 '민선8기 공약사업 관리카드' 자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사업계획 수립 관련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하기에는 부동산 실사와 인허가 등 소요 시간이 너무 길게 걸린다.


당장 다음달 19일로 예정된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기 전에 매각이 이뤄지거나 사채권자 설득을 위한 활용안을 내놓기에는 어렵다.


핵심자산 56조 보유해도 당장은 '그림의 떡'

이 밖에도 롯데그룹의 부동산 자산은 더 있기는 하다. 롯데그룹은 현재 부동산 자산 56조원 규모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실제 단기간 내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의 핵심 부동산 자산 중 서울 송파구의 롯데월드타워는 장부가액 1조4000억원이지만 시장 평가가치는 4조4300억원에 달한다.


롯데호텔 본점인 소공동 서울 호텔도 건물과 부동산을 포함해 최대 7조원 수준의 자산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핵심 자산들은 그룹의 상징성을 이유로 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200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자산 유동화를 시도해왔으나, 대부분 점포 정리 수준에 그쳤다. 롯데쇼핑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여러 차례 점포 매각을 진행했지만, 이는 자산 효율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L7 강남, 롯데 시티호텔 명동, 롯데호텔 울산 등을 '패키지 딜' 형태로 시장에 내놓았으나, 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로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부산 센텀시티 백화점 역시 매출 감소 추세와 경쟁력 약화로 인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핵심자산은 상징성 때문에 매각이 어렵고, 비핵심자산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 유휴자산 매각만으로는 당면한 유동성 이슈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활용했던 '세일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도 거론되고 있으나, 자산 가치가 워낙 커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부동산 자산 외에도 예금 15조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도 4조원 규모의 가용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매각이 용이한 자산을 통해 해결하고, 서초 부지는 장기적인 개발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서초 부지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그룹 차원의 개발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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