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밀려드는 탄소사용 청구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6 08:10

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황민수

▲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2030년까지 공급망 전체의 탈 탄소를 목표로 하는 애플이 지구의 날을 앞둔 지난 4월 19일 그간의 진행 상황을 담은 ‘2023 환경 진행 보고서’를 내놨다.여기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저탄소 설계, 에너지 효율, 자원 재활용, 탄소 제거에 대한 투자 등 지난해 사용한 그린본드에 대한 세부 사항이 들어있다. 애플은 이달 12일 기준 시가총액이 2조7329억달러(약 3651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기업이다. 세계 28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250개가 넘는 공급업체가 2030년까지 애플에 납품하는 제품을 100% 재생에너지로 제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중국에 있는 70개 공급업체는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유럽의 30개와 일본 34개 공급업체도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약속한 상태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LG화학·LG디스플레이 등 13개 국내기업과 18개 외자기업이 있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추이와 정부 정책을 감안할 때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공급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현재 애플과 공급업체가 사용하는 재생에너지 총량은 13.7GW에 달하며 2030년에는 20GW가 넘을 전망이다. 애플은 이미 지난 2018년에 RE100을 달성한 상태로 2015년 이후 수익을 68% 이상 성장시키면서도 전체 탄소 배출은 45% 이상 줄였다. 이번 발표는 ‘Apple 2030의 비전’ 실현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으며 향후 가속화할 계획과 탄소 배출 기업의 공급망 퇴출 경고가 함께 포함된 셈이다.

시가총액 세계 8위로 전기차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Tesla)는 지난 3월 1일 투자자의 날(Investor Day) 행사를 개최했다. 다수의 언론에서는 반값 전기차 발표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주로 보도했고 주가도 떨어졌지만 테슬라 사명인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세계적 전환 가속화’에 대해서는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테슬라는 특히 ‘마스터 플랜 3.0’에서 화석 연료 사용을 100% 감축하기 위해 크게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기존의 전력망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 ESS와 같은 전력저장시스템 확충을 통해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기차로의 전환 가속, 세 번째는 주거·상업·산업 분야의 히트 펌프 전환, 네 번째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온과 수소 활용, 다섯 번째는 선박 및 항공기의 전기화다. 주요 메가 트렌드 중 하나인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화(Electrification)와 함께 자율주행 전기차 회사를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회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카본크레딧닷컴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탄소배출권 수익만 17억8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으로 2018년에 비해 4.2배에 달하고 8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대비 47% 증가했다.

두 회사의 사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기업의 경쟁력이자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RE100, IRA, REPowerEU, CBAM, SBTi, IPEF, SEC 공시, ISSB 공시, IFRS 공시 등은 탄소 사용 청구서로 우리에게 배달되고 있고, 주요 선진국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전환하는 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신규 태양광을 33.66GW 추가 설치해 설비용량이 지난해 동기대비 55% 늘었다. 이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134GW를 넘어서 2022년 전체 설치량(86GW)의 156%에 달할 전망이다. 독일도 올 1분기에 2.6GW 이상의 태양광을 설치한 것을 비롯해 연말까지 10GW를 초과해 작년 전체 설치량의 1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당시 국제 기후변화 대응기구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으로부터 우리나라와 함께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됐던 호주는 올해 1분기 사용 전력량의 66%를 재생 발전을 활용하며 지난해(34.7%)에 비해 비중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성적표는 초라하다. 지난 4월 발표된 기후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연례보고서(Global Electricity Review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점유율은 5.4%(태양광·풍력 포함)로 아프리카(4.6%)와 함께 OECD 꼴찌 수준이다. 점유율 1위인 1위 덴마크(60.8)의 10%에도 못 미치고 OECD평균(15.8%)에 비해서도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30.2%에서 21.6%로 낮췄다. 이쯤 되면 밀린 숙제를 서둘러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아리를 걷는 것이 먼저이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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