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전기차 시대 현대차·기아가 사는 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8 09:52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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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한국에서 중국 자동차는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인들은 중국 로컬자동차를이 가장 많이 구매한다. 반대로 지난해 기준 중국 시장에서 한국계 자동차는 점유율이 1.7%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범위를 좁혀 전기차 시장만 보면 중국계 전기차가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가장 많이 판 자동차 회사도 중국 기업인 비야디(BYD)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중심의 자동차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보조금을 오랜 기간 지급하면서 중국계 전기차 기업이 급성장 했다. 이렇게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운 중국 전기차는 중국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해 중국은 311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해 독일을 제치고 일본에 이어 2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107만대를 수출하며 95만4000대에 그친 일본 마저 제치고 1위를 차지하였다. 중국이 이처럼 선전하는 것은 중국 전기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시장에서 중국 로컬 기업에 크게 밀리자 미국, 유럽 등 대체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자동차가 어느 정도 이를 커버해준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부문 약진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되면서 점유율이 급락했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의 IRA와 유사한 핵심원자재법(CRMA)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부문의 보호주의를 강화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은 2032년 신규 출시하는 자동차 중에서 전기차 비중을 67%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EU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차에서 경쟁력을 가진 미국과 EU는 세계 자동차 시장이 급격히 전기차 중심으로 바뀌면서 보호주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중심 자동차 시장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의 순위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자동차 판매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 1분기에는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세계 1위 토요타를 앞질렀다. 향후 현대차·기아가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선전은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부문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반면, 일본이나 독일은 전기차가 내연차 판매 축소분을 상쇄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폭스바겐과 토요타는 중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 유지했지만 중국 시장이 빠르게 전기차 시장으로 전환하면서 중국내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로컬 자동차 기업이 외국계 기업을 앞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가 이처럼 선전하는 것은 중국의 배터리 경쟁력에 기인한다. 전기차 특성상 배터리가 자동차 가격에서 비중은 매우 높다. 중국의 CATL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35%가 넘는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기업인 BYD는 자체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어 전기차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 유리하다. 유럽과 미국이 전기차에 대한 장벽을 강화하면서 중국 전기차 기업과 배터리 기업은 유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유럽 및 미국의 자동차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 자동차 기업과 이차전지 기업의 약진이 기대된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시장 보호주의난관을 넘어야 하고 중국 전기차 기업 및 이차전지 기업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부품의 수직계열화로 내연 자동차의 경쟁력을 크게 높인 경험이 있다. 전기차 시대에서 현대차·기아가 사는 법은 국내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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